양국정상회담 … 경제위기 극복 협력 강화
日, 금융안정화 포럼에 한국 가입 지원

이명박 대통령과 아소 다로 일본 총리의 12일 정상회담은 과거사보다 경제 협력,미래 관계에 초점을 뒀다. 양국 갈등의 불씨였던 독도 영유권,교과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는 공식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가급적 언급을 자제했다. 세계적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양국 간 협력이 절실한 만큼 민감한 문제는 뒤로 미루고 경제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 대통령,무역수지 개선 역점

한 · 일 간 경협과 관련해 부품 · 소재 산업에서 일본 기업의 한국 진출이 늘어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하기로 한 대목이 주목된다. 양국은 지난해 4월 정상회담에서 부품 · 소재 전용공단을 설치하기로 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부품 · 소재 산업에 대한 일본의 기술 이전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대일 무역적자 폭이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지난해 대일 무역적자는 319억7400만달러를 기록,2004년 200억달러를 돌파한 지 4년 만에 300억달러를 넘어섰다.


정부는 4월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지난해 말 경북 구미를 부품 · 소재 전용공단으로 확정했으며 경북 포항과 부산 진해자유무역지대,전북 익산 등은 조건부로 지정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일본 기업을 상대로 '로드쇼'를 개최해 총 33건,8억4000만달러 이상의 부품 · 소재 분야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아시아 역내 및 국제사회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점도 눈에 띈다. '금융선진국 모임'으로 불리는 '금융안정화포럼(FSF)' 멤버인 일본 정부가 한국의 가입을 적극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올해 4월 열릴 예정인 2차 런던 G20 금융정상회의를 앞두고 금융시스템 개혁,거시경제 정책,보호무역주의 대처 등에서 보조를 맞추기로 한 것은 선진국 내에서 발언권을 높이려는 일본과 신흥국 대표를 자처하는 한국의 협력 필요성이 반영된 결과다.

한 · 일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는 일본이 더 의지를 갖고 있는 사안이다. 양측이 실무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지만 지난해 4월 양국 정상회담 때 실무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에서 크게 나아가지는 못했다. 한국은 일본과의 FTA가 대일 무역 역조가 고착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셔틀외교 복원됐지만…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6자회담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와도 긴밀히 연대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위기에 처한 6자회담의 동력을 살려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광취업사증 제도,이공계 학부 유학생 파견,대학생 교류 등 인적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지원도 천명했다.

이 대통령이 올해 중 답방하기로 하는 등 두 정상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수시로 만나기로 하면서 한 · 일 간 셔틀외교가 복원됐지만 앞날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가 독도 주변 해역을 포함한 해저 자원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갈등의 도화선은 언제든지 불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