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경제인 접견.만찬..금융위기 공조 `한목소리'

이명박 대통령과 아소 다로(麻生 太郞) 일본 총리는 11일 청와대에서 양국 경제인들을 공동 접견하는 것으로 올해 첫 한일 정상외교의 첫단추를 뀄다.

두 정상은 이날 접견에서 전세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공조를 한목소리로 강조했으며, 양국 경제인들도 한일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주장하며 협력 필요성에 적극적인 공감을 표시했다.

특히 이 대통령과 아소 총리는 양국 경제인들과 함께 하는 골프 라운딩을 약속하는 등 친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 현관 앞까지 나가 아소 총리와 일본 재계 대표들을 맞이한 이 대통령은 "오늘 날씨가 아주 추운데도 아소 총리가 현충원을 비롯해 바쁜 스케줄을 소개하셨다"는 인사말로 올해 첫 외국정상과의 회동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 경제인들에게도 "날씨가 너무 추워 경제인들 감기 걸리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인사말을 건넨 뒤 "재계 지도자들이 매우 바쁘신데 지난해 10월에 보고 오늘 봐서 반갑기 짝이 없다"면서 "언제든지 오시면 3개월에 한번이 아니라 매달 오셔도 환영하고 만나뵙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최근 경제위기에 언급, "세계가 많이 변했다.

그대로 있을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데 한일 양국이 이렇게 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은 위기극복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양국은 자유무역이라는 같은 가치관을 가진 나라로 강력한 협력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양국이 FTA를 포함해서 가능한 것부터 실질적인 협력을 하는 게 좋다"면서 "녹색산업이나 미래산업에 대해서도 협력할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이 대통령은 "아소 총리가 연초에 방문했기 때문에 총리가 반대하지 않으면 저도 일본을 가려 한다"고 농담한 뒤 "저도 대통령이 돼서 골프를 못쳤고 아소 총리도 각료 되고 못쳤다고 하는데 여기 재계 인사들과 같이 치면 좋겠다"면서 "(이런 것이) 실질적 협력을 위한 가슴을 여는 진전"이라고 말했다.

이에 아소 총리도 이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뒤 "향후 세계를 무대로 한 양국 경제협력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협력 확대를 요청했다.

아소 총리는 최근 경제위기와 관련, "세계 경제가 통합돼 가는 가운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 구축되지 못했다"고 진단한 뒤 "이를 반성하는 동시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이것은 정치의 큰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아소 총리는 또 이번 방한에 이례적으로 경제인 수행단을 이끌고 온 것에 대해 "이 대통령이 지난해 후쿠오카(福岡)에서 방한 초청을 할 때 `경제계 관계자들과 동행하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경제계에 부탁드렸다"면서 "갑작스런 부탁에도 많은 분들이 동행한 것은 일본 경제계가 한국을 굉장히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접견에서 참석한 경제인들은 양국 재계대표 간담회 성과를 두 정상에게 보고하며 정치권의 협력을 당부했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한일 양국 경제인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양국 경제가 통합되도록 양국 FTA 교섭을 빨리 재개하도록 논의했다"면서 ▲관광산업 진흥 및 인적교류 확대 협력 ▲보호무역 방지 ▲중소기업 CEO(최고경영자) 포럼 설립 ▲녹색성장 분야 협력 ▲투자조사단 상호 파견 ▲부품구매전시회 개최 등 합의 내용을 전했다.

미라타이 후지오(御手洗 富士夫) 일본 게이단렌(經團連) 회장은 두 정상에게 "어떤 일이 있더라도 보호주의에 빠질 게 아니라 계속 자유무역체제를 견지하는 명확한 자세를 표명해 달라"면서 "특히 WTO(세계무역기구) 도하개발라운드(DDR) 협상 조기 체결과 한일 FTA의 조속한 체결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두 정상은 이어 열린 만찬에서 지난해 합의한 `미래지향적 성숙한 동반자 관계'를 위한 실질적인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며 우호를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전례없는 금융경제 위기극복을 위해 신흥경제를 대표하는 한국과 선진경제를 대표하는 일본이 서로 협력하는 것이 역내는 물론 국제사회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아소 총리와의 만남이 빈번해 질수록 한일관계가 발전하고 양국 국민간의 거리도 가까워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아소 총리는 "일본에서는 1년 계획을 정초에 세워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새해 가장 먼저 한국을 방문했다"면서 "양국의 각계 지도자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모여 교류하는 것도 양국이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되었다는 증거"라고 화답했다.

아소 총리는 특히 이 대통령이 경제인 공동접견에서 제안한 골프라운딩에 대해 "저도 전적으로 동감한다.

앞으로 그런 초청을 받으면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수락의 뜻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