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 자제속 `부글부글'.."한, 뭘 얻어냈는지 모르겠다"

청와대는 6일 여야가 언론관계법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등 쟁점법안 처리 방안에 합의한 것과 관련,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내심 불만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국회만 도와주면 경제살리기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다"며 민생.개혁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으나 쟁점법안의 상당 수가 미결 상태로 남았기 때문.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여야의 합의문 발표 직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갈 길이 바쁜데 안타깝다"고 짧게 논평했다.

미증유의 경제난국 타개를 위해 정부가 비상경제대책회의까지 출범시키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설 태세를 갖췄으나 국회가 이를 뒷받침하기는 커녕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실망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런 공식반응과 별개로 청와대 내부에서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한 고위 관계자는 "자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무조건 회의장을 점거하고 상대가 지칠 때까지 버티면 통하는 게 의회 민주주의냐"면서 "분노나 실망을 넘어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종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인 김형오 국회의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핵심 참모도 "여야가 발표한 합의문을 보니 민주당의 완승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면서 "도대체 172석의 한나라당이 지루한 협상에서 뭘 얻어냈는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그는 "이럴 거면 지금까지 잠도 제대로 못자고 몇주일이나 고생한 이유가 뭐냐"면서 "정작 타결해야 할 쟁점법안을 죄다 뒤로 미뤄놔서 남은 숙제만 늘어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내부적으로 비판도 나왔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여당은 협상력의 부재를 여지없이 보여준 결과"라고 혹평한 뒤 "그러나 여야간 합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며 "어쨌든 고생 끝에 얻은 결론인 만큼 어떻게든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후속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