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법안 마라톤 협상 끝내 결렬

金의장 "직권상정 할수도" 엄포

여야가 대화 중단 3일 만인 5일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았지만 또다시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의 중재로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두 차례나 회동을 가졌지만 쟁점법안 처리 방법에 대해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회가 대화를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세출관련 법안과 같이 시급히 처리돼야 할 법안도 쟁점법안에 발이 묶여 처리 가능성이 불투명해 "역시 민생을 외면하는 국회"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김 의장은 "여야가 잠정 합의안에 따라 합의하지 못하면 직권상정 불가 방침을 철회하겠다"고 엄포를 놓기까지 했다.


◆끊임없이 뒤집히는 합의안

이날 오후 6시부터 5시간반 동안 열린 회담 직후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계속 말을 바꿔서 도저히 협상하기가 어렵다"며 협상장을 박차고 나왔다. 예를 들어 사이버모욕죄 등 사회개혁 법안의 경우 민주당이 '합의처리' 주장을 양보하겠다고 했다가 다른 사안이 합의될 때쯤 다시 입장을 바꾸는 상황이 반복됐다는 것.또 7개의 미디어 관련법에 대해 민주당이 "이견이 없는 3개 법안은 일단 처리하자"고 했다가 다시 "일괄 처리"로 입장이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2일 원내대표들이 만든 잠정 합의안은 완전히 뒤집혔다. 당시 여야는 △방송법은 2월 임시국회에 상정해 조속히 합의 처리토록 노력하고 △한 · 미 FTA 비준동의안은 2월에 협의 처리를 시도한 후 협의가 안 되면 투표에 부치자는 등의 가합의안을 도출했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2월 상정은 안 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여야는 6일 다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다. 주호영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직권상정을 하지 말라고 해놓고 상정조차 하지 못한다고 하면 다시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속내는 이 법안들의 처리를 계속 지연시켜 4월19일이나 8월15일까지 정치쟁점화함으로써 제2의 촛불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견 없는 법안 8일 처리 가능성

다만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민생법안은 8일 임시국회 회기 내에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회담에 앞서 "법사위에 계류 중이거나 상임위에 대기 중인 법률 가운데 합의가 가능한 경제관련 법들은 신속하게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정 대표는 한나라당의 우선 처리법안 85개 중 53개와 법사위에 올라와 있는 37개 법안 등 95개를 쟁점이 없는 법안으로 제시했다. 한나라당도 이에 대해 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따라서 《재외국민 참정권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위헌 및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법안 《최고이자율을 49%로 제한한 대부업법 등 일몰법(日沒法 · 일정기간이 지나면 저절로 효력이 없어지도록 한 법) 《세출관련 법안 등은 비교적 빨리 처리될 전망이다.

유창재/노경목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