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하루 20만배럴을 생산하는 해외 석유기업의 연내 인수합병(M&A)을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재 7~8개 대상 기업을 놓고 인수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09년 해외자원개발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재훈 지경부 2차관은 "하루 생산량 20만배럴 규모의 석유기업 5개와 10만배럴 안팎의 기업 2~3개를 '쇼핑리스트'(인수검토 대상)에 올려 놓았다"면서 "인수자금은 국내에서 일부 원화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매장량 담보부 채권발행 등을 통해 해외에서 조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루 생산량 20만배럴은 석유공사 SK에너지 등 국내 자원개발 기업의 작년 해외 원유 하루 생산량인 17만2000배럴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정부의 계획대로 인수가 이뤄지면 올해 말 한국의 석유 · 가스 자주개발률은 당초 목표인 7.4%를 크게 웃도는 최대 13%대에 이르게 된다.

지경부는 해외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을 경우 부처 간 협의를 거쳐 달러를 보유한 한국투자공사(KIC)를 동원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성공불융자와 수출입은행,수출보험공사 등 국책 금융기관을 통한 지원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지경부가 이날 공격적인 자원확보 계획을 발표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5년간 26개 광구를 헐값에 팔았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또 223억달러에 달했던 캐나다 A사의 시가총액이 최근 79억달러까지 하락하고,B유연탄광의 인수가능 금액이 10억달러에서 3억달러로 떨어지는 등 석유기업과 유망광구의 자산가치가 급락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을 마련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자원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적기에 마련하지 못할 경우 세계 최고의 국내 조선 경쟁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석유공사와 대우조선해양 등이 컨소시엄을 이뤄 드릴십(심해시추선)이나 FPSO(부유식 원유 생산 · 저장 설비)와 같은 유전개발 설비를 산유국 국영석회사에 제공하고,그 대가로 개발유전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최근 3년간 국내 조선사들이 전 세계 드릴십 수요의 96%인 26척과 FPSO 수요의 43%인 14척을 대거 수주한 만큼 산유국과의 전략적인 협력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 대통령의 남미 방문시 브라질 정부가 10척의 드릴십을 해외에 발주하겠다면서 이 같은 협력을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이 같은 방식의 자원개발을 브라질이 최근 개발에 착수한 산토스광구의 투피유전(추정 매장량 50억~80억배럴)에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