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지사가 한 지역 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에서 일제시대와 관련한 발언을 했다가 야당의 비판을 받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4일 경기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지난 2일 오후 부천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 인사말을 통해 "나는 우리 대한민국이 위기를 통해서 기적을 이룬 나라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우리나라가 일제 식민지가 안 되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통일이 되어 있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었을까?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참혹한 전쟁, 분단, 망국의 한을 겪으면서 세계가 놀라워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며 "우리는 오늘날 어려움 속에서 다시 한 번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한 인터넷매체는 3일 "'일제 식민지와 남북전쟁 위기를 통해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룩했다'는 내용의 김 지사 발언이 논란에 휘말렸다"며 "신년인사회 참석자들은 `(김 지사 발언은) 민족정기를 바로잡으려는 여망에 찬물을 끼얹는 망언이고 일제 망령과 식민사관에 물든 매국적 망발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도 4일 김 현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김 지사가 남북분단과 전쟁을 정당화하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며 "공직에서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허 숭 대변인은 보도자료를 내고 "김 지사는 식민통치하에서 설움을 겪은 우리 국민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수립했고, 참혹한 전쟁 속에서 가난을 겪으며 경제적 번영을 이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모 언론이 김 지사의 발언을 '매국적 망언' 등으로 왜곡 보도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아야 하는데 손가락만 뚫어지게 보고 달을 잃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시대착오적인 황색저널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kw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