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본회의장 점거 풀지 않는 한 협상 없다"
민주당 "MB악법 폐기 입장부터 먼저 밝혀라"


공정거래법,금산분리 완화법,한ㆍ미 FTA비준안 등 쟁점 법안의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가 물건너갔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4일 이들 법안에 대해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다 여야 협상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의장이 민주당의 입장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한 만큼 민주당이 약속대로 본회의장 농성을 해제할지가 관심사다.

◆쟁점 법안 대부분 2월 국회로 넘어가

김 의장이 "여야가 다시 대화 창구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여야의 입장차는 조금도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장 폭력 점거를 풀지 않고는 더 이상의 여야 협상이 없다"고 못박았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재벌 방송, 재벌 은행법, 휴대폰 도청법, 마스크 처벌법, 안기부 부활법이 정말 민생법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날선 대립각을 이어갔다.

특히 여야 모두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절충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 경우 여야간 이미 합의를 했거나 논의 가능한 법안들까지 무더기로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중점처리법안으로 제시한 85개 법안 중 58개 법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만큼 이번 임시국회 회기인 8일까지 처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재정법을 비롯해 산업기술촉진법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지방교부세법 채권공정추심법 식품위생법 제주도특별법 국가공무원법ㆍ지방공무원법 등이 이에 해당된다.

또 85개 법안 외에 상임위 통과 후 법사위에 계류 중인 53개 법안 중 여야간 쟁점이 없는 37개 법안도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조세특례제한법 벤처기업육성법 지역신용보증재단법 등이다.

◆법안 처리 안 돼 사업 차질

올해부터 새 예산이 집행되지만 정작 예산부수 법안은 아직까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정부는 지방세법을 고쳐 지난해 낸 재산세 중 일부를 올해 환급해 줄 방침이었다. 재산세 과세표준 적용률을 55%에서 50%로 낮추기로 했지만 세금 납부 시점에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올해부터 초과 납부액을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지방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총 855억원의 초과 납부분을 되돌려 줄 근거가 없다. 에너지 분야 연구개발(R&D)에 1조6500억원을 투입하는 에너지기본법,근로자의 석면 피해를 막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이번에 반드시 처리돼야 예산을 제때 지원할 수 있는 법안들이었다.

정부는 또 올해 세입과 관련해 목적세를 정비하기 위해 농어촌특별세와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를 폐지키로 했다. 폐지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벌써부터 조세 체계에 혼란이 생기고 있다.

이번에 지방세법을 고치지 않으면 올해 지자체가 8500억원을 지원받을 법적인 근거도 사라진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