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국회 점거가 열흘을 넘어가면서 의원들의 행태가 '천태만상'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숙식을 국회 본회의장 안에서 해결하며 24시간 대기하는 야전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4일 현재 4층 방청석을 비롯 출입문마다 국회 사무처가 설치한 잠금 장치로 굳게 잠겨 있는 데다 회의장 내 CCTV도 테이프로 가려져 있는 등 본회의장은 그야말로 사방이 막힌 철통 요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제는 익숙해졌다. 회의장이 해방구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수면.불빛이 들어오지 않는 회의장 내 투표소를 차지하기 위한 남모를 신경전도 있다. 코골이가 심한 의원은 기피 대상 1호다. 심야 기습작전에 대비,상당수는 등산용 자일을 착용한 채 잠자리에 든다. 매일 밤 조를 짜 불침번도 서고 있다. 그나마 흑산도 홍어와 무안 낙지,정읍 추어탕 등 지역 지지자들이 올려보낸 '팔도 음식'이 위안거리다.

하루에 두 번씩 열리는 의원총회와 '인간사슬' 도상연습은 필수 일과다. 대다수 의원은 독서로 시간을 보내고,기독교 신자 의원들은 매일 둘러앉아 예배를 보는가 하면 시를 쓰는 의원도 있다. 속기사 출입문쪽 통로로 나가 '사식'을 사먹고 오는 의원도 종종 눈에 띈다.

지난 3일 오후부터 '긴급 대기령'이 내려진 한나라당 지방 의원들도 고달픈 건 마찬가지다.

이준혁/김유미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