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4일 국회 파행사태와 관련, 열흘째 본회의장 점거농성을 이어가면서도 한쪽으로는 대화를 전격 제의하는 등 강온 양면작전을 구사했다.

정세균 대표는 오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나라당이 직권상정을 요청한 85개 법안에 대해 김 의장이 직권상정 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즉시 본회의장을 정상화하겠다"고 제안했다.

정 대표는 구체적으로 85개 법안 중 58개 법안을 1월8일까지 처리하고 나머지 27개 쟁점법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할 것을 제시했다.

또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에 계류중인 53개 법안 중 37개 법안도 이번 임시국회 처리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원혜영 원내대표 역시 "전쟁중에도 협상은 있는 법"이라며 여야 협상의 즉각적인 개시를 촉구했다.

민주당의 대화 제의는 국회 정상화를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국회 파국시 책임을 여권에 전가시킬 수 있는 명분 쌓기라는 이중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은 전날부터 국회 사무처가 경위들을 동원해 본회의장 주변의 당직자와 보좌진들에 대한 강제해산에 나선 것과 관련해서는 발빠른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초강경 모드로 응수했다.

민주당은 김형오 국회의장과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 어청수 경찰청장, 국회 경위과장을 공무집행방해 및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고 불법적 질서유지권 및 경호권 행사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정 대표는 "1958년에 무술경관 300명을 일일 경위로 임명해 국회 내로 들여보낸 적이 있었다"며 "민주주의가 50년 후퇴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전날 농성인원이 150여명까지 줄어든 상황을 틈타 경위들이 강제해산에 나섰다고 보고 농성인원을 의원, 당직자, 보좌관 등 400여명까지 늘려 본회의장과 국회 본청 내 민주당 사무실 주변에 집중 배치했다.

또 전날 밤부터 사무처가 음식물 반입을 전면 차단했다고 주장하면서 "제네바 협약에서도 의도적으로 식량을 박탈하는 것은 전쟁범죄로서 금지하고 있는데 사무처가 반인륜적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다만 민주당은 이날 국회 로텐더홀 벽에 '비폭력 민주수호'라고 적힌 종이를 붙인 채 비폭력.평화 투쟁 결의대회까지 갖는 등 행여 발생할지도 모를 폭력사태에 대비하는 모습도 보였다.

원 원내대표는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무기는 비폭력으로 민의의 전당을 지키는 것"이라며 "폭력보다 위대한 힘이 비폭력이라는 것을 역사가 증명했다.

욕설과 주먹이 들어와도 서로 낀 팔짱과 연대의 힘을 믿고 민의의 전당을 지키자"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