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스마일'으로 불려온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쟁점법안 입법투쟁 과정에서 초강경파로 180도 선회했다.

당내에서 대표적인 합리적 온건주의자로 꼽혔지만 연말연초 여야간 극한 대치를 거치면서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투사형 리더로 모드를 전환한 것.
정 대표는 "`MB악법'에 깔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막겠다", "민주주의 퇴행은 정치적 흥정 대상이 아니다"라며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의원들 사이에서 "전체 의원 중 정 대표가 최고 강경파"라는 말이 돌 정도.
지난 2일에는 여야간 쟁점법안 `가(可)합의안'을 놓고 "원칙에서 한발짝도 물러서면 안된다"며 회의석상에서 원혜영 원내대표에게 언성을 높였고, 국회 사무처의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강제해산 시도가 이뤄진 3일에는 "유신 때나 있었던 일", "국회의장 퇴진을 위해 마지막까지 싸우자"는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한 측근 의원은 "경제 문제는 협력하되 민주주의 후퇴에 대해선 단호히 싸우겠다는 게 일관된 기조"라고 말했다.

정 대표의 초강성 드라이브는 당내 역학구도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9월 이명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과 12월 예산안 처리 과정 등에서 당내 강경파의 비판에 직면, 리더십 논란에 휩싸였던 정 대표로선 강경 기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이번 입법투쟁 과정을 거치며 일단 리더십 위기를 넘기고 구심력을 회복해 가는 듯한 모습이다.

또한 잠재적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그로선 이번 기회에 야권내 리더의 입지를 확실히 구축하려는 포석이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최근 강경투쟁으로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 당 지지율이 상승추세를 보이는 것도 자신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쟁점법안 강행시 장외투쟁 등의 배수진을 치면서 당분간 강경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입법투쟁 종료 후 대화와 협력을 내건 `새로운 야당 모델 실험'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현 강경노선을 유지할지를 놓고 고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어떤 게 `몸에 맞는 옷'인지에 대한 좌표 재설정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정 대표와 함께 대표적 온건주의자로 분류되며 역시 리더십 위기에 처했던 원 원내대표도 야전사령관으로 현장 상황을 통솔하며 강성 이미지로 변신했다.

그는 3일 스피커를 잡고 충돌현장을 지휘하며 "유신의 후예들이 국회를 전쟁터로 전락시켰다", "성스러운 투쟁을 사수하자"며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또 당 관계자들에게 "무도한 폭도들이지만 국민을 보고 참아야 한다"며 폭력 자제령을 내리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