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4일로 국회 본회의장 점거 열흘째를 맞았다.

숙식을 안에서 해결하며 24시간 대기하는 `야전생활'이 이어지면서 본회의장이 민주당 의원들의 `해방구'가 된 셈.
현재 4층 방청석을 비롯, 출입문마다 국회 사무처가 설치했던 잠금 장치로 굳게 잠겨 있는데다 회의장내 CCTV도 테이프로 가려져 있는 등 본회의장은 철통 보안 속에 요새를 방불케 하고 있다.

의원들에 따르면 수면 문제가 최대 고충지점. 불빛이 들어오지 않는 회의장내 투표소들은 가장 인기가 있는 잠자리 장소다.

시간이 지나면서 의원별로 고정 취침석까지 생겼다.

일찌감치 `황금구역'을 `찜'한 의원들은 투표소 안에 머리를 두고 밖으로 발을 내놓은 채 몸을 누이고 있다.

코골이 때문에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이들도 속출하고 있다.

소음을 피해 좌석과 좌석 사이 좁은 틈새에 매트리스를 깔고 잠을 청하는 의원까지 생겼다.

일부는 심한 코골이 때문에 본회의장 밖으로 쫓겨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고 한다.

심야 기습작전에 대비, 상당수는 등산용 자일을 착용한 채 잠자리에 든다.

매일밤 조를 짜 불침번도 서고 있다.

특히 전날 국회 사무처의 로텐더홀 강제해산 시도 이후 경비태세가 한층 강화됐다.

흑산도 홍어와 무안 낙지, 정읍 추어탕, 인천 밴댕이, 천안 호두과자, 강원도 오징어 등 지역 지지자들이 올려보낸 `팔도음식'도 답지했다.

하루에 두번씩 열리는 의원총회와 `인간사슬' 도상연습도 필수 일과.
대다수 의원들은 나머지 시간에 주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기독교 신자 의원들은 매일 둘러앉아 예배를 보고 있고 시를 쓰는 의원들도 있다.

민주당은 농성 장기화로 체력저하가 뚜렷해지자 당 대표실에 `야전병동'을 운영하는 한편 아침마다 단체 체제로 하루를 시작하며 체력비축에 신경을 쓰고 있다.

박지원 박선숙 의원 등은 매일 본회의장을 65바퀴씩 돌며 `만보걷기'를 한다.

환기를 위해 회의장 내에선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세웠다.

속기사 출입문 쪽 통로로 공수되는 보급식을 피해 잠깐 나가 `사식'을 사먹는 의원들도 눈에 띈다.

의원들은 단체생활의 최대 수확으로 내부 결속을 꼽는다.

모처럼 81명 전체가 똘똘 뭉치면서 `야당 다운 야당'으로 체질변화에 속도가 붙었다는 것.
한 의원은 "관료 출신 등 보수적 노장들까지 `투사'가 됐고 단결이 잘 되고 있다"며 "진짜 야당이 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보좌진과 당직자들도 국회 사무처의 출입통제 조치로 꼼짝없이 건물내에 갇힌 신세가 되면서 지하 1층 사우나실은 그야말로 아침 시간마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점거 중인 상임위 사무실 안에는 사우나실에서 빨래한 양말 등이 널려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