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이른바 '문국현 거부' 입장을 당분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원내 부대표는 4일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담에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선진과 창조의 모임' 원내대표 자격으로 참여하는 문제와 관련, "최소한 오는 8일까지는 문 대표를 협상 당사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가 지난 2일 문국현 대표가 처음으로 참여하려했던 여야 3개 원내대표간 회담에서 피력했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당시 "협상이 어느정도 성사돼가고 있는데 중간에 원내대표가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해야 한다"며 "이번 임시국회까지만이라도 종전의 권선택 원내대표가 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협상의 연속성을 거론하며 문 대표의 회담 참여를 거부한 셈이다.

그는 이어 임시국회가 끝나는 오는 8일까지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간 원내대표 회담을 진행하거나 기존 선진과 창조의 모임 대표였던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안을 제시했다.

홍 원내대표의 `문국현 거부'는 협상의 연속성 문제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부터 줄곧 "선거법 위반으로 법원의 유죄판결을 받은 의원과 함께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 일찌감치 국회 중소기업특위원장에 문 대표를 내정했지만, 아직까지 정식 선임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선거법 위반'을 근거로 한 한나라당의 반대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또 다른 이유'도 거론하고 있다.

복잡한 당내 기류를 정비하고 전열을 정비할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돌출한 '문국현 변수'를 홍 원내대표가 최대한 활용하려는게 아니냐는 것.
특히 이른바 여야간 `잠정합의안'에 대한 당내 강경파들의 공격이 쏟아지고 자신의 원내 지도력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홍 원내대표가 호흡고르기를 위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또 앞으로 여야 협상이 계속 어려워질 경우에 쏟아질 비난의 화살도 피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문 대표가 친이(친이명박)계의 좌장인 이재오 전 의원을 누르고 지난 4.9 총선에서 당선된 만큼 이 전 의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홍 원내대표가 이런 결심을 더욱 굳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실제로 `장기전'으로 협상전략을 선회한 홍 원내대표가 굳이 문 대표를 협상 당사자로 인정, 회담을 재개할 절실한 이유도 없어 보인다.

급기야 김형오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 행사에 따른 물리적 충돌로 기존의 여야 협상을 둘러싼 환경이 긴박해진 만큼 홍 원내대표로서 문 대표에 대한 거부는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문 대표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교섭단체 대표로 국회에 등록을 했고, 문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자격은 `선진과 창조의 모임' 출범 때부터 예고됐다는 점에서 `문국현 거부'는 계속 이어지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