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관계 언급 연설직전 대통령이 직접 삽입
연설후 참모진과 티타임 "후속조치 만전 기하라"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후 첫 신년 국정연설은 청와대 본관 국무회의실에서 30분 가까이 진행됐다.

와인색 넥타이에 정장 차림의 이 대통령은 최근 엄중한 국내외 상황을 의식한 듯 엄숙한 표정으로 연단에 올라섰고, 다소 느린 속도로 또박또박 연설문을 읽어내려가 연설시간은 당초 예상했던 20분을 훌쩍 넘겼다.

지난해 1월 24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연설 자막이 흐르는 `프롬프터'도 설치하지 않은 채 애드리브를 섞은 강연형 연설로 진행한 것과는 확연하게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규제개혁과 관련한 대목에서 "또한 많은 법이 지금 국회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발언을 임의로 추가하는 등 미리 배포된 연설문에 포함되지 않은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연단 뒤편에는 태극기 10개가 배치됐으며, 정정길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 전원과 이동관 대변인, 박형준 홍보기획관, 김은혜 부대변인 등도 옆에서 연설장면을 직접 지켜봤다.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인사말로 운을 뗐다.

이어 이 대통령은 `2009년 국정운영의 4대 기본방향'을 소개하며, 항목별로 상세하게 내용을 전했고 `따뜻한 국정'을 기치로 내건 민생정책을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최근 만난 `세 할머니'와의 일화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날 연설의 화두는 역시 최근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반영하듯 `새해 경제살리기'였다.

실제 이 대통령의 연설에서 `위기'라는 단어를 무려 29차례나 사용한 것을 비롯해 `경제' 17차례, `일자리' 14차례, `투자' 8차례 등 경제와 관련된 단어를 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위기극복을 위한 국민적 단합과 경기침체에 따른 서민대책의 중요성을 감안한 듯 `모두'와 `함께'라는 단어도 각각 11차례와 10차례 사용했다.

이 대통령은 때로는 구체적인 통계수치를 제시하며 이성적인 접근을, 때로는 최근 민생현장에서 직접 겪은 일화를 소개하는 등 감성적인 접근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최근 여야간 극단적인 대치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국회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이제 국회만 도와주면 국민 여러분의 여망인 경제살리기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결기도 느껴졌다.

또 "저는 언제라도 북한과 대화하고 동반자로서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북한은 이제 더 이상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구태를 벗고 협력의 자세로 나와야 합니다"는 대목은 이날 오전 최종 독회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연설 직후 배석한 수석들과 티타임을 가지면서 "연설문에 나와 있는 각종 대책들을 차질없이 이행하기 위한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연설의 시점을 두고 국회 상황이 안정된 후에 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으나 `좌고우면하지 않고 할 일은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