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일 신년 공동사설에서 이달 말 출범하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는 '비핵화' 협상 메시지를 보낸 반면,남한 정부에 대해선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이행을 요구하면서 험구로 일관했다. 한마디로 기존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재확인한 셈이다.

북한은 남북관계와 관련,"6.15 통일시대와 더불어 활력있게 전진하던 조국통일운동은 지난해 남조선 보수 당국의 집권으로 엄중한 도전에 부딪치게 됐다"며 "우리는 역사적인 북남 공동선언들에서 탈선하는 그 어떤 요소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선언의 이행 없이는 남북관계 진전이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또 우리 정부에 대해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전면 부정하고 파쇼독재 시대를 되살리며 북남대결에 미쳐 날뛰는 남조선 집권 세력'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북한이 공동사설에서 우리 정부를 이렇게 직접 험하게 비난하며 반정부 투쟁을 선동한 것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래 없던 일이다.

북한은 그러나 대외관계에서는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우리 공화국의 자주적인 대외정책의 정당성은 날이 갈수록 더욱 힘있게 과시되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터놓았다.

북한이 신년 공동사설에서 핵문제를 언급한 것은 2004년 "핵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표명한 것과,핵실험(2006년) 직후인 2007년 "우리가 핵억제력을 가지게 된 것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불패의 국력을 갈망해 온 우리 인민의 세기적 숙망을 실현한 민족사적 경사"라고 주장한 게 전부다. 지난해엔 비핵화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핵실험 후엔 사실상 처음 비핵화를 거론한 셈이다.

김근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남북협력 실장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입장을 지켜보되 오바마 행정부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올 경우 북한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임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며 "대남.대미 기조에서 확연한 통미봉남의 전략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수진/임원기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