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과 측근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노건평ㆍ박연차 사건'이 2라운드 돌입을 위한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15억원을 빌려주면서 써준 것으로 보이는 차용증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확보한 것으로 29일 확인됐기 때문이다.

차용증에는 상환기간(1년)과 이율까지 정확히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차용증의 진위나 신빙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음에도 최근 조세포탈ㆍ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 간 돈거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사법처리 여부를 떠나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1971년 경남 김해에 태광실업의 전신인 정일산업을 설립하면서 건평씨와 친분을 쌓기 시작했고 1988년 노 전 대통령이 총선에 출마할 당시 건평씨가 내놓은 김해 땅을 사들이며 본격적인 관계를 맺어 후원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섰던 2002년 건평씨가 거제도에 갖고 있던 부동산의 소유주가 박 회장으로 바뀐 부분이나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하는 봉하마을 일대 땅의 실제 주인이 박 회장일 것이라는 등 두 사람을 둘러싸고 각종 소문이 흘러나왔었다.

박 회장은 세종증권ㆍ휴켐스 주식 차명거래에 따른 양도소득세 등 290억여원의 세금포탈과 휴켐스 인수와 관련해 정대근 전 농협 회장에게 20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세인의 관심사는 여전히 그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쏠려 있다.

박 회장이 여ㆍ야 정치인과 검ㆍ경 간부, 언론인 등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에게 거액의 금품을 살포했으며 돈을 받은 이들의 실명이 적힌 `박연차 리스트'가 있다는 설이 끊임없이 나도는 것도 사실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박 회장의 정치권 로비 및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을 정밀하게 수사해 소환조사가 필요한 대상자를 압축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세종증권 미공개 정보 이용 등 증권거래법 위반과 휴켐스 매매 관련 배임 의혹 등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을 차례로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번 확보된 차용증도 당연히 진위와 사실 관계를 확인한다는 계획이지만 형사처벌로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오히려 어렵지 않으냐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용증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정상적으로 돈을 빌렸을 가능성이 큰데다 15억원을 무상으로 받았더라도 퇴임 이후인데다 대가성이 뚜렷하지 않으면 뇌물수수죄나 정치자금법 위반, 사후수뢰 혐의 등으로 처벌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검 중수부의 `2라운드' 수사가 34일 만에 노 전 대통령의 형과 고교 동창, 그리고 후원자 등 12명을 기소했던 `1라운드'보다 더 큰 파장을 가져올지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