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가 사실상 세종증권 매각을 둘러싼 로비의 중심이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로 드러났다.

그간 노씨는 홍기옥 세종캐피탈(세종증권 최대주주) 사장의 청탁을 받은 정화삼씨 형제와 세종증권 인수의 결정권을 쥐고 있던 정대근 농협중앙회 전 회장을 단순히 이어준 `조연' 역할로 알려졌었다.

노씨는 홍 사장이 준 29억6천300만원 가운데 일부의 `경제적 이득'을 소개비 명목으로 정씨 형제로부터 챙겼다는 의혹을 받았었다.

하지만 검찰은 4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가진 브리핑에서 "홍 사장의 로비 자금이 정씨 형제에게 건네지고 그 일부를 노씨에게 떼준 게 아니라 반대로 노씨에게 로비 자금의 결정권이 있었다"고 밝혔다.

경제적 이득으로만 모호하게 알려졌던 `노씨의 몫' 역시 김해 오락실의 수익금 같은 간접적인 방법이 아닌 현금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홍 사장은 2006년 2월 사례금 30억원이 든 자신 명의의 통장과 도장을 정씨 형제에 전달했는데 검찰은 이에 대해 "노씨에 대한 감시가 심해 정씨 형제가 통장을 보관한 것"이라고 전했다.

노씨는 농협이 인수할 증권사 선정 작업을 진행하던 2005년 2월께 노 전 대통령의 고교동기인 정화삼씨의 동생 광용씨가 홍 사장을 데려와 로비 부탁을 하고 5∼6월께는 정화삼씨마저 가세하자 정대근 농협 회장과 서울의 호텔에서 직접 대면해 세종증권을 위해 청탁을 하면서 전면에 나선다.

조연에 그친 것으로만 알려졌던 노씨가 실상은 홍 사장의 세종증권 매각 로비의 주연이라는 것이다.

또 "2005년 6월께 정씨 형제 소개로 홍 사장을 만났고 정 전 회장에게 `말 한번 들어보라'고 전화 한 통 했을 뿐"이라는 해명도 사실과 다르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노씨는 이미 2005년 3월께 정씨 형제가 착수금조로 받은 5억원 중 1억원을 현금으로 건네받았고 2006년 2월 통장째 받은 30억원 가운데 3억원을 그해 4월께 두 차례에 걸쳐 챙겼다.

농협은 노씨의 로비 활동이 본격화한 즈음인 7월 세종증권을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다.

따라서 정 전 회장에 대한 노씨의 로비가 `효력'을 발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노씨는 또 정원토건의 돈을 빼돌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대주주였던 회사의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하는 과정에서 탈세, 횡령, 배임 의혹도 받고 있어 또 어떤 혐의가 더해질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