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법재판소 접촉' 발언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진상조사위원회는 13일 청문회를 열어 강 장관의 발언 배경과 헌재 접촉이유를 추궁했다.

청문회에는 강 장관은 물론 헌법재판소를 방문해 수석 헌법연구관과 헌법연구관을 직접 만난 윤영선 재정부 세제실장, 백운찬 재산소비세제국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청문회는 헌재의 종합부동산세 위헌 소송에 대한 선고가 이뤄지는 날 개최됐다는 점 때문인지 여야는 진상조사 활동과 함께 한 치도 양보없는 기싸움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진상조사 과정에서 강 장관의 발언이 단순한 실언에 불과하다는 점이 드러났음에도 야당이 사안을 부풀려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사법부인 헌재의 신뢰에도 상처를 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재정부 관계자들이 이례적으로 4차례나 헌재를 방문한 사실에 주목하며 이런 행위야말로 헌재를 압박하고 위헌을 종용하는 것으로서 사법부를 유린한 강 장관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강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이 헌재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며 "오히려 국회가 진상조사위를 꾸려 활동하는 자체가 사법부 독립에 위협을 줄 수 있는 과잉조치"라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의 이 의원은 "나도 대법원에서 재판연구관을 해봤지만 불명료한 점이 있거나 하면 연구관이 현장을 방문해 자료를 수집하기도 한다"며 "그렇다고 해서 사법권 독립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박민식 의원도 "지금까지 진상조사를 보면 여야 모두 강 장관의 말실수였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특별한 근거가 없다는 점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면서도 "다만 강 장관이 헌재의 신뢰성에 흠을 주게 된 점에 대해 직접 사과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경제정책에서 신뢰를 상실한 강 장관이 헌재 접촉 발언으로 인해 총체적 리더십까지 잃어버렸다"며 "경제정책 수장으로 능력을 잃은 강 장관이 하루 빨리 사퇴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사퇴를 요구했다.

같은 당 이춘석 의원은 "헌법재판소법을 보면 의견서는 반드시 서면으로 제출하게 돼 있음에도 4번이나 헌재를 찾아간 것은 법 위반"이라며 "백 번 양보해 재판부가 설명을 듣기 위해 재정부 관계자를 불렀다면 모를까, 부르지도 않았는데 갔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차제에 헌재법 개정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은 "강 장관의 발언은 국민의 기본권의 최후보루인 헌재를 유린하는 행위로서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며 "헌재도 누구나 가면 만날 수 있도록 돼 있는 시스템을 고쳐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강병철 기자 jbryoo@yna.co.kr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