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반환점을 돌았으나 여야간 정치적 공방이 격화되면서 `지뢰밭'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2일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에 각종 개혁입법 등 굵직한 현안을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거대여당의 오만과 독선을 온몸으로 막겠다고 맞서고 있어 정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또 법안과 예산 등 정기국회에서 다뤄야할 사안 외에도 쌀 직불금 국정조사, 야당탄압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종반전으로 접어든 정기국회는 그야말로 '시계제로' 상태다.

◇법안처리 '충돌'

한나라당은 정부 입법 77개, 의원 입법 54개 등 정기국회 중점 처리법안 131개를 선정했지만 민주당과 갈등을 빚을 법안이 적지 않다.

세제감면 법안이 대표적이다.

한나라당은 소득세.법인세.종합부동산세 인하법안을 포함시켰지만 민주당은 이를 부유층 2%를 위한 '강부자' 법안으로 규정하고 부가가치세 30% 인하법안을 관철시키겠다고 맞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법안도 중점법안으로 분류했으나 민주당은 재벌만을 위한 정책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집단소송법 개정안, 사이버 모욕죄 신설법안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예산안 '전쟁'

정부가 제출한 273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도 간단치 않다.

정부 스스로 내년 예산이 현재 경제위기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수정의 불가피성을 시인하고 있는 가운데 수정예산안 제출 문제를 놓고 벌써부터 여야간 기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다소 손질만 가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정부가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심의에 응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내용적으로도 민주당은 내년 5% 성장이란 낙관론에 근거해 예산이 짜였고 감세정책까지 실행될 경우 재정건전성이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복지예산 확대, 지역균형발전 예산 증액 등을 요구하고 있어 쉽지 않은 싸움을 예고했다.

◇한미FTA '산 넘어 산'

정부와 한나라당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국회 비준동의안을 조속히 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조속한 처리가 금융위기 해소와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야권은 피해대책이 충분치 않다며 '선(先) 대책, 후(後) 비준'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 대선 후 미국의 정세를 살피면서 처리시기를 저울질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이 정기국회내 처리를 강행할 경우 마찰이 생길 공산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탄압 '변수'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건이 터져나오면서 '야당 탄압, 표적수사' 논란이 정국의 변수로 등장했다.

민주당은 여권의 보복수사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 김 최고위원의 영장실질심사 거부라는 초강수까지 두면서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여기에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도 합세해 대여(對與) 공동전선을 형성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입법부 스스로 법을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이자 정기국회를 정치공세의 장으로 몰아가려는 정략적 발상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직불금 국조 '럭비공'

오는 10일부터 시작되는 쌀 소득보전 직불금 국정조사도 불똥이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책임론과 감사원의 감사 은폐의혹에 초점을 맞춰 전(前) 정부의 무능론을 확산하자는 목표를 세운 반면 민주당은 여권 인사들의 불법 수령실태를 파악해 비도덕성을 부각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특히 증인 채택이나 불법 수령자 명단 공개 기준 등 예민한 사안은 국조 개시 이후로 미뤄놓은 상태여서 초기부터 파행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17만명의 불법 수령자 명단은 여야 어느 쪽도 안심하지 못하는 '판도라의 상자'와 같아 명단 공개시 정국에 파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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