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3일 평양에서 이뤄진 북한과의 핵 검증협의에 대해 "실질적으로 길고 구체적인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주로 협의했으며 박의춘 외무상과도 만났다고 전했다.

김 본부장은 '검증 원칙에 대한 타결이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나머지 나라들과 협의해야 하고 (힐 차관보가) 워싱턴에도 보고해야 하니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 드리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하지만 "10월에 6자회담 차원의 협의가 있어야겠고 하리라는 얘기를 했다"고 말해 협의에 일정한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특히 "한ㆍ미 간 외교 장관 또는 그 이상인 정상 간 협의도 필요하다면 가질 예정"이라고 밝혀 북ㆍ미 간 협의 내용에 중대한 부분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내비쳤다.

힐 차관보는 북한이 지난 6월 제출한 핵 신고서 내용을 검증하는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지난 1일 방북했으며 당초 2일 귀환할 계획이었지만 북측과의 추가 협의를 위해 평양 체류 일정을 연장했다.

힐 차관보는 4일 오전 중국 베이징으로 떠나 6자회담 의장인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회동한 뒤 저녁에 워싱턴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