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이 그동안 동양의 작은 나라, 북한과 아픈 역사를 간직한 나라로만 알고 있던 러시아 국민에게 한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0일 주러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상트 페테르부르크 방문을 끝으로 3박4일간의 러시아 공식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이튿날 특별기편으로 귀국한다.

애초 러시아와 한국 정부는 지난 5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취임 직후 정상회담을 개최하려고 했으나 양국 정상의 바쁜 일정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특히 현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대통령 재임 기간 내 이 대통령이 러시아를 찾아 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한반도 주변 4개국 중 가장 늦게 러시아를 찾긴 했지만 역대 한국 대통령 가운데 취임 첫 해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무엇보다 러시아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높은 점수를 매겼다.

양국 관계를 기존 `상호 보완적인 건설적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격상시킨데다 무려 26개 협정을 체결하면서 과거 양국 협력 관계가 빈말에 그쳤었다는 일부의 비난을 불식시켰다.

러시아 주요 언론들은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을 방문, 이 대통령을 인터뷰하는가 하면 한국의 발전상, 전통문화 등을 소개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내보는 등 정상회담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또 러시아 내 휴대전화와 가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시내 주요 도로에 이 대통령의 방러를 환영하는 광고를 통해 모스크바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러시아 국민은 이 대통령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물론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이자 러시아 최고 실력자라고 할 수 있는 푸틴 총리, 그리고 알렉세이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를 만난 것에 대해 각별한 호기심을 보였다.

이에 대해 모스크바 한 외교 소식통은 "이 대통령이 이들을 모두 만난 것은 만남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한국의 위상이 어느 정도고, 러시아 정부가 얼마나 한국에 관심이 있느냐를 바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이 대통령 방문에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최태원 SK회장, 구본무 LG회장, 경제 4단체장 등 경제계 인사 33명이 수행한 것도 러시아 정부 관료와 현지 기업인들에게는 적지 않는 충격이었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수행 경제인의 규모도 규모지만 이 대통령의 실용 외교 마인드와 함께 러시아 시장에 대한 한국 기업인들의 관심이 상상 외로 큰데 대해 적지 않게 놀란 눈치였다는 것이다.

한 교민은 "이 대통령의 방문으로 현지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높아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