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9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및 만찬,한ㆍ러 비즈니스포럼 연설,동행 경제인과 간담회,블라디미르 푸틴 총리 면담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모스크바 크렘린 궁전에서 열린 단독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북한을 경유해 러시아산 가스를 들여오는 것과 관련,이례적으로 지도까지 동원해 30여분간 설명하는 등 의욕을 보였다. 때문에 회담이 20분 정도 연장됐다. 이 대통령이 "가스관이 북한의 철로를 따라 이어지면 비용이 절약된다"며 구체 방안을 제시하자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아주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스관 연결이 성사될 수 있도록 북한을 설득해 달라는 이 대통령의 요청에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고 화답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 시절부터 러시아 자원을 들여오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며 "이런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지도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가스와 광물자원의 수송을 위한 전용 항구를 블라디보스토크 주변에 건설하도록 부지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고,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관계장관에게 검토를 지시했다.

회의는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ㆍ러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러시아는 최근 10년간 고도성장을 한 유일한 국가"라고 덕담했다. 이 대통령은 환영 만찬에서 "러시아는 한국의 친구이며 함께 나가면 모두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푸틴 총리가 이날 이 대통령과의 면담 장소에 50분이나 늦게 도착하는 등 이 대통령의 러시아 순방 일정에서 외교적 잡음도 일고 있다. 당초 면담은 오후 5시(현지시간) 러시아 정부 영빈관에서 있을 예정이었으나 푸틴 총리가 금융위기대책을 TV생중계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5시50분께 도착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이 지난 28일 모스크바에 도착할 당시 러시아에서 외교장관이 아닌 외교차관이 나와 외교결례 논란이 일고 있다.

모스크바=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