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의총… 친이 '사퇴론' 에 친박 제동
추경안 週內처리후 다시 논의키로


친이(이명박)계로 분류되는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에 대해 친이계가 사퇴를 주장하고,친박(박근혜)계가 옹호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됐다. 홍 원내대표는 추석 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고 지난 12일 새벽 사의를 표명했다. 한나라당은 16일 의원총회를 열고 2시간 동안 홍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논의했지만 양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 우선 추경안을 이번 주에 처리한 후 다시 논의키로 했다.

의총에서 발언한 의원은 총 18명.이 중 친이계로 분류되는 김용태,정태근,진수희,권택기 의원 등은 홍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명박 정부의 개혁입법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원내지도부의 교체가 불가피하다"며 "추경안을 처리한 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일부에서 (홍 원내대표의) 대안이 없다고 하는데 172석 거대여당에 대안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특히 추경 처리 과정에서 원내대표부가 표결로라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의원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한 점과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에 지나치게 많이 양보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고 조윤선 대변인이 전했다.

친이계 의원들이 홍 원내대표를 불신임하고 나선 건 그가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하고 오히려 민주당에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불만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홍 원내대표가 최근 연말 개각론 등을 주장하며 청와대에 부담을 준 것에 대해 친이계 내부에 상당한 불만이 쌓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친박계 의원들은 오히려 홍 원내대표를 감싸고 나섰다. 이인기,손범규,이정현 의원 등은 "정기국회가 새로 시작됐고 미국발 금융위기 등 국내외에 어려운 일이 많은데 원내사령탑을 교체하는 건 옳지 않다"며 "심기일전해 새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잘 뒷받침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는 추경안 강행 처리에 실패한 12일 새벽 예결특위에 참석하지 않은 7명의 위원 중 5명이 친박계로 책임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또 홍 원내대표가 할말은 하는 등 청와대의 의중이 여과없이 당 운영에 반영되는 것을 막아왔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창재/김유미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