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내각 개편론'을 주장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둘러싸고 여권 내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너무 빨리 '인적 쇄신론'을 들고 나왔다는 비판과 내각을 일신해야 한다는 당내 일각의 공감대를 반영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박희태 대표는 9일 홍 원내대표의 언급에 대해 "현재 당내에 그런 논의가 없다"면서 "지금은 그런 걸 말할 시기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박 대표는 이어 "연말이면 아직 많이 남아있는데 몇 달 뒤의 일을 지금 터뜨려서 도대체 내각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당의 다른 고위 관계자도 "원내대표 차원에서 할 얘기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영남권의 한 중진의원은 "홍 원내대표가 내년 4월로 임기가 끝나는데 타이밍상 본인이 내각에 들어가 국정의 한 축을 맡겠다는 것 아니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역시 공식 논평을 삼가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여권 전체가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장관 교체부터 준비하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여권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인 내년 2월을 전후해 여권과 내각의 대대적인 쇄신이 이뤄져야 현재의 낮은 지지율을 딛고 재출발할 수 있다는 옹호론도 있다. 임태희 정책위 의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각은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전제하면서도 "실제로 그런 의견을 여러 경로를 통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있는데 그것을 홍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얘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말 인적 쇄신론은 여권 내부에서 일정하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국정운영 프로그램의 한 구상이라는 설명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6월 촛불시위 때부터 해왔던 얘기"라며 "연말에 전면적으로 쇄신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연말 인적 쇄신이 현실화될 것인지 여부는 전적으로 이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이고,그 변수는 경제 상황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연말에 경제 관련 지표들이 줄줄이 나오면 정부에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때쯤이면 총리와 경제부처(장관)에 대한 평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