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치권에서 불기 시작한 '행정구역 개편론'이 청와대로 조심스럽게 옮겨붙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9일 행정구역 개편 추진 가능성에 대해 "추석 이후 발표될 100대 국정과제에 행정구역 개편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행정구역 개편에 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경우 이를 국정과제로 포함시켜 새 정부가 정식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달 초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행정구역 개편론이 제기될 당시만 해도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할 일도 많은데 그같이 어려운 이슈를 새롭게 제기할 여력이 있겠느냐"며 정치권의 논의와 거리를 두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추진할 193개 국정과제 중에서 뺄 것은 빼고 넣을 것은 넣어 100개로 다시 정비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행정구역 개편 방안이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앞으로 정치권에서 얼마나 논의를 적극적으로 진전시키느냐에 따라 포함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청와대가 나서서 행정구역 개편을 주장하지 않겠지만 정치권의 공감대가 형성되면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인 셈이다.

한편 지난 17대 국회에서 추진됐던 행정구역 개편안은 현재 '시ㆍ도-시ㆍ군ㆍ구-읍ㆍ면ㆍ동' 등 3∼4단계 중층구조로 돼 있는 행정단위체계를 단일 광역자치단체로 일원화하자는 것으로 이럴 경우 16개 광역 시ㆍ도가 폐지되고 230개 기초지자체는 더 큰 묶음으로 재분류돼 지자체 수가 크게 줄게 된다. 정부는 당시 △도시는 100만명 △농촌은 35만명 △도농복합지역은 50만명 단위로 묶어 전국을 60∼70개 통합시로 재편하자는 용역안을 내놓은 바 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