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3일 영변 핵시설 관련 일부 장비들을 옮긴 것을 두고 한국과 미국이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를 단순 장비 이동으로 파악한 반면 한국 정부는 영변 핵시설 복구 작업을 개시한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이에 따라 6자회담에서 공동 보조를 취해온 한·미가 대북 정보 분석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4일(한국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저장소에 보관했던 일부 장비들을 이동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불능화 작업에 들어간 영변 핵시설을 다시 복구하려는 시도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장비를 이동시킨 것과 복구작업을 개시한 것은 엄밀히 다르다는 지적이다.

매코맥 대변인의 이런 발언은 하루 전날 미국의 폭스뉴스 등이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북한이 영변 핵시설 복구를 개시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한 해명이었다. 하지만 한국 외교통상부의 해석은 또 달랐다.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원상복구 조치를 3일부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4일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미 간에 견해차는 없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한·미 간에 충분히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며 "북한의 이런 행위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과민반응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국 정부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3일 북한이 불능화 작업시 제거해 창고에 보관했던 장비들을 옮겨 현장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은 이를 사실 그대로 설명하고 해석하지 않은 데 비해 우리 정부는 이에 해석을 가미하면서 입장차가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이미 2일 현지 실무자를 통해 미측에 핵시설 복구를 통보했고 3일에는 장비를 이동시켰기 때문에 복구 작업이 실제로 시작됐다고 판단한 것이지 다른 뜻은 없다"며 "나무를 심겠다고 통보한 사람이 삽을 가지고 나오는 것을 보고 이게 나무 심는 행위에 포함되느냐 아니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김숙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5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날 예정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