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리더십' 흔들..초선에 말발 안먹혀

한나라당이 19일 실시한 국회 상임위원장 후보 경선에서는 그동안 소장파의 선두 주자로 불려온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그룹의 정치적 퇴조가 눈에 띠게 부각됐다.

남경필, 정병국 의원은 이날 국회 상임위원장 후보 경선에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과 문화체육관광위원장에 각각 출사표를 던졌다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친이, 친박의 당내 세력구도 틈바구니 속에서 원희룡 의원과 함께 비주류로 밀려나 있던 이들은 이번 경선으로 당 안팎에서의 입지가 축소될 전망이며 향후 활동 반경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남경필 의원은 `서울 대표성'과 `전문성'을 내세운 박 진 의원에게 6표차로 뒤져 고배를 마셨고 정병국 의원은 친이 성향의 고흥길 의원에 37표라는 큰 표차로 패배, 상임위원장의 꿈을 일단 접어야 했다.

상대적으로 박 의원은 이번 승리를 통해 외교안보 전문가로서의 당내 정치적 입지를 한층 굳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남.정 의원과 경합한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표 결집력이 높았음을 주목해야 한다"며 "남.원.정 그룹이 당분간 설 자리가 없음을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원내 지도부가 후보로 잠정 결정한 4선의 남경필 의원이 낙선한데 대해 통외통위원장직에 대한 전문성 부족, 상대적으로 낮은 연령(43세),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듯한 튀는 발언에 대한 동료의원들의 반감, 경기 지역 의원들의 상임위원장 다수 포진에 대한 타 지역 의원들의 반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정보위원장 자리를 놓고 친이 성향의 최병국 의원이 중립 성향의 권영세 의원과 78표 동수를 기록, 접전을 펼친 점도 주목된다.

친이 진영의 급격한 세분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이날 경선 결과로 인해 홍준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의 리더십에도 다소 금이 갔다.

원내지도부가 잠정 결정한 11명의 국회 상임위원장 후보 전원에 대한 `추인'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의원(172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91명의 초선 의원이 현 원내지도부에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한 관계자는 "오늘 경선 결과는 홍 원내대표의 입김이 초선 의원들에게 사실상 통하지 않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현 원내지도부가 리더십에 큰 손상을 입은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체제'는 그동안 야당과의 개원 및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양보를 해왔다는 거센 비판을 받아왔고 청와대와의 소통 부재 및 책임 떠넘기기 논란으로 한차례 위기를 맞았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