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홍천·횡성군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황영철 한나라당 의원은 요즘 보좌관 3명과 '동거'하고 있다.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80만원 조건으로 얻은 서울 여의도 인근의 22평짜리 오피스텔에서다.

지역에서 10년 된 선·후배 사이인 네 사람은 매월 25만원씩 갹출해 월세로 지불하고 남는 돈 20만원은 공과금 등 생활비로 쓴다. 오피스텔은 요리 집기 하나 없이 철저히 '잠만 자는 방'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국회운동장에서 조깅을 한 뒤 의원회관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최근엔 세탁기 한 대를 공동명의로 구입,저녁에 가장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집안 한 구석에 모아놓은 빨래를 한다.

한 보좌관은 "물가 비싼 서울의 셋방살이에 시달리다 보니 고향음식이 그리워 주말이면 지역에 내려간다"면서 "함께 사니까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고 각자 조심할 건 조심하는 분위기라 크게 어려운 것은 못 느낀다"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적지 않다. 당선만 되면 온 가족이 서울로 올라왔던 과거와 달리 '의원'만 혈혈단신 상경하는 일이 많아진 데 따른 새로운 풍속도다. 연봉은 1억1000만원이 넘지만 씀씀이가 크다보니 종잣돈이 넉넉지 않은 의원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국회 앞 9평짜리 원룸에서 거주하는 윤두환 한나라당 의원(울산 북구)은 월세 30만원으로 거주비용을 최소화했다. 아침·저녁 걸어서 출퇴근하고 외부행사를 제외하곤 주로 의원회관 422호를 적극 활용한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경남 사천)처럼 아예 의원회관에서 '24시간 먹고 자는' 케이스도 있다. 강 의원은 사무실의 책상을 들어내고 마룻바닥 같은 공간을 만들어 침실 기능을 추가했다. 2006년 쌀수입협상 당시 단식을 한 이후 공항 근처 빌라를 처분하고 의원회관에 눌러 앉았다.

정갑윤 한나라당 의원(울산 중구)은 '진정한 나홀로족'을 꿈꾸며 10평 남짓한 오피스텔(보증금 500만원, 월세 50만원)에서 생활한 지 6년째다. 매일 새벽마다 국회 건강관리실에서 운동한 뒤 토스트로 아침을 때운다. 주말엔 빨래를 싸들고 가족이 있는 울산으로 향한다.

초선인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부산 사상) 역시 국회 인근에 18평짜리 원룸(월세 80만원)을 얻었는데, 2주에 한 번 부인이 지역에서 올라와 집안청소를 해주고 있다. 그는 "햇반 등 1회용 음식에 질렸다"며 "아내가 올라올 때마다 곰탕을 냉장고에 가득 채워놓고 간다"고 객지생활의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지낸 이진삼 자유선진당 의원은 충남 부여에서 상경해 아들이 살고 있는 방배동 빌라에 짐을 풀었고,김재균 민주당 의원(광주 북구)은 국회 주변 아파트에 세를 얻어 딸과 함께 타향살이를 시작했다.

이준혁/노경목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