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논쟁 비화 피한 듯..갈등 봉합될듯

열람권 보장놓고 갈등재연 가능성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16일 봉하마을 사저에 보관하고 있던 재임시절 기록물을 모두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기록물을 봉하마을로 갖고와 열람하는 것은 실정법상 정당한 권리의 행사로서, 정략적 의도에 기반한 전직 대통령 흠집내기를 중단하라"는 전날까지의 완강한 태도에 비하면 그야말로 전격적인 결단이다.

이에 따라 신.구 권력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법적 분쟁 일보직전까지 갔던 이번 사태가 봉합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노 전 대통령이 요구사항이었던 정부의 열람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 조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반환을 결정한 것은 자신의 청와대 참모들이 법적 시비에 휘말리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들과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나를 괴롭히거나 고발하는 것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지시하고 결정한 일을 놓고 애꿎게 부하 직원을 고발하고 괴롭히는 것만은 인간적으로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청와대를 강하게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국가기록원측이 "노 전 대통령이 아니라 비서진 8-9명을 고발하겠다"고 밝힌 것을 상기하면 자신의 참모들에 대한 검찰 고발 등 행위를 중단하라는 의미가 담겼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새벽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참모들과 의 회의를 하기 전에 이미 반환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은 "법리를 갖고 다퉈볼 여지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법적으로도 밀릴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정부가 기록물 보유를 불법행위로 규정한 만큼 법적 논쟁으로의 비화를 피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6월 중순께 열람권 보장 문제를 놓고 이 대통령과 한 차례 통화한 사실까지 공개한 것은 이 대통령이 그동안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여론전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

노 전 대통령측은 "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두 차례 노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전통을 세우겠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전직 대통령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모습만 보였다"고 비판했다.

일단 기록물 반출 문제를 놓고 촉발된 신.구 권력의 충돌은 노 전 대통령의 반환 결정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열람권 보장 조치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갈등이 재발할 소지도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노 전 대통령측 김경수 비서관은 "국가기록원이 기록물을 회수해 가더라도 대통령의 열람권 보장 협의에 적극 임해야 한다"며 "당분간 청와대와 기록원의 태도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