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16일 참여정부 시절의 대통령 기록물 반출 논란과 관련,"기록 사본을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홈페이지에 띄운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이미 퇴직한 비서관,행정관 7~8명을 고발하겠다고 하는 마당이니 내가 어떻게 더 버티겠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 측이 18일까지 자료를 반환하지 않을 경우 당시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 등을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편지에서 "내 지시를 따랐던,힘없는 사람들이 어떤 고초를 당할지 알 수 없는 마당이니 더 버틸 수가 없다"며 "나에게 책임을 묻되,힘없는 실무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은 없도록 해주시기 바란다. 기록은 국가기록원에 돌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통령기록물 유출을 둘러싼 그동안 청와대와 갈등과 관련해선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지금도 내가 처한 상황을 믿을 수가 없다. '전직 대통령은 내가 잘 모시겠다'는 (이 대통령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한 만큼,지금의 궁색한 내 처지가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이 대통령을 오해해도 크게 오해한 것 같다"며 "이 대통령님,가다듬고 다시 말씀드리겠다. 기록은 돌려드리겠다"고 반환의사를 분명히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기록을 보고 싶을 때마다 전직 대통령이 천리 길을 달려 국가기록원으로 가야 합니까,그렇게 하는 것이 전직 대통령 문화에 맞는 방법입니까,이 대통령은 앞으로 그렇게 하실 것입니까,내가 볼 수 있게 되어 있는 나의 국정 기록을 내가 보는 것이 왜 그렇게 못마땅한 것입니까"라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통령기록물 유출과 관련한 자신의 정치재개설 등에 대해선 "공작에는 밝으나 정치를 모르는 참모들이 쓴 정치 소설은 전혀 근거 없는 공상소설"이라고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대통령님,우리 경제가 진짜 위기라는 글들은 읽고 계신지요"라고 반문한 뒤 "참여정부 시절의 경제를 파탄이라고 하던 사람들이 지금 이 위기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은 대통령의 참모들이 전직 대통령과 정치 게임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잘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은 "저는 두려운 마음으로 이 싸움에서 물러선다. 하느님께서 큰 지혜를 내리시기를 기원한다"며 끝을 맺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