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쇠고기문제로 한미FTA 의지 더 강해져"
회담시간 1시간→40분으로 단축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9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도야코(洞爺湖)에서 `재회'했다.

지난 4월 중순 미국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 이후 약 3개월만이다.

이날 2차 한미정상회담은 G8(선진8개국) 확대정상회담 참석을 계기로 이뤄진 일종의 `간이회담' 형식이었으나 두 정상은 두번째 만남에서 깊은 신뢰와 우의를 거듭 확인했다.

특히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논란 등에 따른 양국 동맹관계 `균열' 우려를 의식한 듯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시종 화기애애한 회담 분위기를 이어가며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지향적 협력관계 강화를 약속, 굳건한 동맹을 과시했다고 배석자들은 전했다.

이날 회담은 당초 1시간 가량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약 40분으로 줄어들었다.

그나마 통역을 제외한 두 정상의 대화시간은 20분 정도에 불과해 아쉬움을 남긴채 다음달 5~6일로 예정된 3차 회담을 기약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 양측의 협의과정에서 착오가 있었거나 불편한 기류가 형성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놨으나 청와대는 "한미동맹,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북핵문제 등 현안에 대해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일사천리로 회담이 진행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두 정상은 정상회담 전부터 남다른 친근감을 표시하며 우애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G8 확대정상회의와 확대정상 오찬회의에 나란히 참석한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연방 손을 맞잡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어깨동무를 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다른 정상들에게 이 대통령을 직접 소개했으며 이 대통령과 환담하며 "이 대통령이 교회에서 오랫동안 주차 봉사활동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감동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열린 양자회담에서도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포옹하면서 오랜 지인을 만난 듯 격의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최근 `쇠고기 파문'을 염두에 둔 듯 "인생이라는 게 시련과 도전의 연속으로, 의도한 대로 쉽게 되지 않는 법"이라면서 "임기초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부시 대통령은 또 이 대통령이 "임기 전에 끝내줘야 할 게 있다"고 말하자 즉각 "한미FTA를 말하는 것 아니냐"면서 "나는 쇠고기 문제로 인해 (한미FTA 비준에 대한) 의지가 약해진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해졌다"고 강조했으며, 이에 이 대통령은 "미.콜럼비아 FTA가 의회에서 처리될 때 (한미FTA 비준을) 같이 처리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밖에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골프대회에서 우승한 박인비(20) 선수를 화제에 올리며 "한국 여자선수들이 너무 우승을 독차지한 게 아니냐"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또 통상 회담 첫부분을 풀(공동취재) 기자들에게 공개하는 `관례'를 깨고 끝부분을 공개해 배경을 놓고 관심이 모아졌다.

이와 관련, 한때 부시 대통령이 회담을 마치면서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한국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으며 배석한 정부 관계자도 "특별한 의미는 없으며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을 공개하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담에는 우리측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이태식 주미대사,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박병원 경제수석, 이동관 대변인 등이, 미국측에서 조슈아 볼튼 백악관 비서실장, 댄 프라이스 국가안보회의(NSC) 국제경제담당 안보 부보좌관,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 수전 슈워브 무역대표부(USTR) 대표,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 등이 배석했다.

(도야코연합뉴스) 황정욱 이승관 기자 hjw@yna.co.kr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