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대대적 인적쇄신이 예고되면서 여권의 권력지형에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가에선 청와대 '왕비서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의 사표 제출을 사실상 변화의 서곡으로 보고 있다.

현 정부의 2인자 역할을 했던 류우익 대통령실장도 함께 물러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당장 권력의 최상부인 청와대가 진공상태에 빠질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서 내각·수석들의 전면쇄신을 요구한 당(黨)으로 여권의 무게중심이 급격히 옮겨갈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차기 당대표로 유력한 박희태 전 의원 등이 소속된 원로그룹과 홍준표 원내대표-임태희 정책위의장-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 등 신주류로 부상한 트로이카의 '더블 포스트' 구도가 자리잡는 모양새다.

이재오 전 의원의 미국행,'정두언 발언 파동' 등으로 지리멸렬한 친이명박계의 공백을 이들이 메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정두언 의원은 10일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요즘 정처 없이 돌아다닌다.

일부에선 (자신의 인사쇄신 발언이) 소장파 중심으로 공감대를 얻어냈다고들 하는데 (지금 당내에서) 소장파가 어디 있나"라고 말했다.

소장파의 대표격으로 청와대 참모진과 이상득 의원을 정면 겨냥,일정한 성과를 거둔 정 의원이 신중한 행보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의 한 측근은 이번 '박영준 사태'를 계기로 친이계가 다시 뭉칠 가능성을 묻자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살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어찌됐든 당분간은 당 지도부에 힘이 쏠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쇠고기 파동 수습과정에서 '홍준표-임태희' 투톱의 역할이 적지 않았음을 감안,이 대통령이 당·청일체 속에 직할체제로 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준혁/김유미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