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까지 복당여부 결정요구에 靑 "당에서 할 일"

이명박 대통령이 깊은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여권 결속을 위한 정지 작업의 일환이었던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이 신통찮은 결론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오히려 부담만 잔뜩 짊어지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박 전 대표와 누적된 불신의 골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또 결과적으로 친박 인사들의 복당 마지노선이 사실상 7월 전당대회 이전으로 매겨진 것도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실제 박 전 대표는 11일 호주.뉴질랜드로 출국하면서 복당 문제를 5월말까지 해결해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바짝 높였다.

청와대측은 이에 대해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즉답을 피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당운영에 일일이 간여할 경우 당파적 이미지를 덧쓰게 된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 같다.

또 강재섭 대표의 입장도 고려해야 할 측면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청와대가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반응을 자제했으나 내부적으로는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박 전 대표에 대한 불만도 팽배해 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당 문제는 당에 맡긴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해 왔다.

한나라당 내 현안에 깊숙이 개입하지 않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탈(脫) 여의도 정치의 행로를 걸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회동에서는 이 같은 원칙을 그대로 지키지 못했다.

친박 인사 복당 문제를 놓고 "개인적으로 복당에 대해 거부감이 없다", "(복당 문제는) 당의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서 결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하겠다", "전당대회까지 끌고 가서는 안된다"는 등의 언급은 자의든, 타의든 당내 현안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박 전 대표의 협력이 절실한 입장이다.

원내 과반에 조금 상회하는 의석을 확보한 `4.9 총선' 결과는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을 상대적으로 높이고 있다.

더욱이 쇠고기 파동 등으로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락하고 국정 장악력이 약화되고 있는 사정도 감안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회동에서 이 대통령의 협력 당부에 "제가 판단해서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이 대통령이 말을 안해도 옳은 일을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는 원칙론을 견지했다.

사안에 따라 협력과 견제를 병행하는 독자 노선을 분명히 한 셈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쇠고기 파동에 대해서도 "국민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할 일이지 이념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청와대측 시각에 선을 그었다.

이를 그대로 해석하면 이 대통령으로서는 사실상 '당내 야당'격인 친박세력의 협조하에 국회라는 험난한 파고를 건너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내에서는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의 본심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거나, 파악하고 있더라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거부감이 없다고 하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니냐"면서 "이 대통령이 (당내 현안에 대해) 어떻게 시시콜콜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실용적 사고에 비춰, 비록 이 대통령이 친박 인사들의 일괄 복당에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지만 적절한 상황 속에서 양보할 수 있는 퇴로는 열어놓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이를테면 금전 수수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있는 친박 인사를 제외한 일괄 복당은 검토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식이다.

한 측근은 "지금 수사를 받고 있는 인사들까지 일괄 복당하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박 전 대표와의 협의 채널은 열어 놓되 국민을 향한 정치를 통해 뚜벅뚜벅 나아가다 보면 결국 해답이 도출되지 않겠는냐는 원론적인 입장으로 가닥을 정리해 가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솔직히 기술적인 해법은 없다.

눈이 많이 올 때는 빗자루를 들고 쓸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라며 "국정 운영에 전력하는 것이 해법이라면 해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 이승관 기자 hjw@yna.co.kr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