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와 `경제'가 포인트..북핵 평화 해결 재확인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간 19일 정상회담은 참여정부에서 소원해진 한일관계를 정상화해 미래지향적 `신시대'를 개척하고, 양국간 실질 경제협력 체제를 구축했다는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 6자회담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북핵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한 것도 성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양국 정상은 이날 오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양국이 서로를 향해, 또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면서 "양국이 큰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은 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일 양국이 21세기에 맞는 실용주의 자세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성숙한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나갈 필요성이 있음을 역설한 것이다.

즉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가는 길을 늦출 수는 없는 만큼 서로 실용의 자세로 건설적인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으로, 여기에는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면서도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미래사를 열어가자'는 이 대통령의 평소 대일외교 원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아닌게 아니라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을 선진 일류국가로 만들자는 입장에서 이미 선진국 대열에 있는 일본과의 관계를 실용적 입장에서 접근하려 한다"며 '실용적 한일관계' 구축 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미 전날 재일동포 리셉션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역사 속에서 마음 상한 일도 있었지만 과거 마음 상한 일을 갖고 미래를 살 수 없다.

과거는 잊을 수 없지만 과거만 갖고 오늘을, 미래를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바람직한 한일관계에 대한 분명한 새 기준을 제시했다.

한일 간에 이런 공감대가 이뤄진 탓인지 양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독도 영유권 문제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서로 언급을 자제했다.

다만 `제2기 한일역사 공동연구'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한다는 선에서 입장을 정리했다.

실제로 공동 기자회견문에는 `미래'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과거'에 대한 표현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특히 양 정상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의 상징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 2005년 6월 이후 중단된 셔틀외교를 복원, 활성화하기로 했다.

셔틀외교는 한일 두 정상이 현안이 있을 때마다 당일이나 1박2일의 짧은 일정으로 편하게 양국을 방문해 허심탄회하게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로, 양국 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이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외교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양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 두 정상은 앞으로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필요하면 수시로 만나고 전화로도 협의하면서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 이 대통령은 오는 7월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G8(서방선진 8개국) 정상회의때 제3차 한일정상회담을 갖는 등 국제 행사자리를 빌려 올해에만 일본 총리와 5-6차례의 셔틀외교성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참여 정부 후반 무려 1년4개월 동안 양국간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과는 천양지차라 할 수 있다.

두 정상이 양국간 젊은 세대들의 교류를 대폭 확대키로 한 것도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 구상과 직결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으로 한일 양국을 짊어지고 나갈 미래 세대들간의 상호 이해 증진 및 공감대 확산을 위한 조치로, 사회.문화.체육.관광 등 여러 민간 분야에서 양국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매개체가 될 것으로 외교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취업관광사증프로그램인 `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 참가자를 현행 3천600여명에서 2012년 1만명 수준으로 확대하고 `대학생 교류 사업'을 새로 실시키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양 정상이 경제분야의 협력을 강화키로 한 것도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일종의 경제협력 협의체인 `한일 비즈니스 서미트 라운드테이블'을 구성해 양국 재계간 실질적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의 경제관계를 균형있게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것이 핵심으로, 대일 무역적자가 심한 우리나라 입장에선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일수출과 대일수입은 각각 264억달러, 563억달러로 적자규모가 299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우리 기업들의 노력부진 탓도 있지만 부품.소재 산업 등에 대한 일본의 기술이전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 탓이 크며, 이런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대일 무역적자 규모가 갈수록 큰 폭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기술이전을 포함, 일본기업의 대한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국내 `부품.소재전용공단' 설치를 검토하고 양국의 부품.소재산업 관련 기간 사절단 파견 및 관련 전시상담회 개최를 추진키로 한 것도 이런 시급성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그동안 미온적이던 일본 정부가 양국 경제협력에 대해 적극적 입장을 취하고 나선 것이 유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양국 재계 지도자들이 정상회담에 맞춰 일본 총리 공관에서 한일 비즈니스 서미트 라운드를 연 뒤 그 결과를 양 정상에 보고하고, 두 사람이 이를 사실상 추인함으로써 `실효성 있는' 경제협력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한 참모는 "일본 정부가 한일 경제협력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6자회담 틀내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한일간 철저한 공조를 다짐한 것도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한미공조 못지 않게 한일공조가 중요한 상황에서 두 정상이 큰 틀의 공감대를 이룬 것. 특히 양국은 정상회담에 앞서 `납치문제가 6자회담 진전에 장애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 입장에선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대북 경제지원을 통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3천 달러로 끌어 올린다는 자신의 `비핵.개방.3천 구상'을 설명하고, 후쿠다 총리의 지지를 이끌어 낸 것도 적지 않은 성과로 꼽힌다.

이밖에 환경, 에너지, 개발원조 등 범세계적 문제에 대해 상호협력하는 동시에 한중일 3국간 지역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것도 이번 회담이 남긴 성과중 하나다.

후쿠다 총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금년 중 일본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했고, 이 대통령은 이를 전폭 지지했다.

(도쿄연합뉴스) 황정욱 심인성 이승관 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