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27일 귀향 이후 처음으로 모교인 대창초등학교 학생들과 '단체 접견'을 가졌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있는 자신의 사저 인근 저수지에서 진영 대창초등학교 6학년생 6개반 206명과 이들 학생을 인솔해온 10여명의 교사들과 만나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추억에 잠겼다.

"금병산 이상봉은 하늘에 높고 희망에 넘치는 넓은 진영들. 넓고도 넓음은 우리의 이상 씩씩하게 나아가세. 대창학교"라며 학생들이 우렁차게 교가를 부르자 자신도 그 교가를 되뇌며 등장한 노 전 대통령은 대창초 교사가 '대통령님'이라고 소개하자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인사했다.

35회 졸업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노 전 대통령은 내년에 85회 졸업생이 되는 이들 6학년생에게 "(학창시절이) 까마득해요"라고 말문을 연 뒤 "나는 야외학습이나 현장학습이란 이름으로 바깥에서 공부를 하지 못했고 봉하마을에서 대창초등학교까지 매일 걸어다녔다"고 자신의 초등학교 시절을 회상했다.

또 "일년에 두번정도 소풍을 갔는데 거의 한번 이상은 봉화산에 소풍을 와 자랑스럽다"며 "대창초등학교는 훌륭한 선생님이 많은데다 역사와 전통이 있고 대통령과 그 부인도 나왔다"고 말해 학생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인 손명순 여사도 대창초등학교 19회 졸업생"이라며 학생들에게 농담조로 "적어라"고 말해 주위를 웃기기도 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학교를 방문해달라는 학생들의 요청에 "봄에는 나무 심고 인터넷 사이트 만드느라 바쁘다"며 자신의 근황을 전한 뒤 "나중에 교장선생님 등과 의논해 학교기념일이나 수업이 있을 때 꼭 가겠다"고 약속했다.

또 어린이 회장을 해 봤냐는 질문에 "6학년때 해봤는데 당시 4명이 후보로 나와 4학년 이상 502명이 투표해 302표를 받았다"고 '정확하게' 기억을 더듬은 뒤 "의견발표를 위해 밤새 연습했고 발표문 준비를 많이 했다"고 압도적으로 어린이 회장에 당선된 '비결'을 소개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준비를 많이 하는 사람이 성공하고 정성을 들여야 한다"며 "가을에 다시 와 답사를 같이 하자"는 말을 한 뒤 이들과 반별로 단체촬영을 하는 것으로 손자뻘 후배들과의 만남을 마무리했다.

최락준(13) 군은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 계실 때에는 단정한 느낌이었는데 귀향 이후에는 평범한 주민으로 돌아온 것같다"며 "대통령을 하신 선배님을 만나니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말했다.

1반 담임교사인 김소희(46) 학년부장은 "학교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고장답사' 프로그램의 하나로 이날 만남을 준비했다"며 "까마득한 후배들과의 만남을 흔쾌히 수락한 노 전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김해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b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