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 A씨는 요즘 새벽별을 보고 출근해 저녁별을 보고 퇴근한다.

이런 생활을 2주간 했더니 몸무게가 정확치는 않지만 3킬로그램 정도 줄었을 것이라고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이것저것 할 일이 많은 데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일정을 일찍 시작하시기 때문에 저희 일정도 정신없이 바쁘죠."

용인에 거주하는 A씨의 아침기상 시간은 새벽 4시반 정도.세수하고 밥 먹고 집을 나서 삼청동 청와대 사무실에 도착하는 시간이 대략 7시 쯤이다.

이것저것 회의 자료를 챙기면 30분이 후딱 지나간다.

이후 7시반부터 비서관 주재 회의가 있고 8시면 수석비서관 회의가 시작된다.

이후 시간은 어떻게 무얼하며 보내는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라는 게 A씨의 하소연이다.

점심은 구내 식당에서 10분내로 끝내 버린다.

"점심을 밖에서 먹을 여유도 마음도 없어요.점심이라도 빨리 먹고 와서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지 않으면 버틸 재간이 없으니까요."

각종 회의와 문서작성 등으로 정신없이 오후를 보내다보면 대충 일이 끝나는 게 9시반에서 10시 사이.버스를 타고 집에 와서 발을 뻗고 잘 시간이면 시계바늘은 어느새 11시반을 가르키고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처음에는 힘들지만 갈수록 좋아요. 새벽 공기를 가르며 출근하는 기분도 좋고 출근 시간도 짧아지니까요. 문제는 퇴근시간인데 당분간은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을 거라고 각오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에서 열흘 정도 새벽 퇴근을 했다는 B행정관은 까칠한 얼굴로 "진작에 이렇게 일했으면 내가 벌써 회사 사장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껄껄 웃었다.

위에서 떨어진 특별지시(?)때문에 어쩔수 없이 잠깐잠깐 집에 들르는 하숙생이 됐다는 것.

"이 대통령은 정말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 다 꿰고 있는 느낌입니다. 언제까지 검토하겠다는 말이 있을 수가 없어요. 곧바로 시행가능한 대책을 가져가야 합니다."

과천에 사는 행정관 C씨는 지난주 어린 아들한테서 전화를 받고 곤혹을 치렀다.

"아빠 언제 들어와요.보고 싶어요"라고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고 회의 중간에 빠져나와 한참동안 발을 동동 굴렀다.

출퇴근 시간이 달라져서 '한지붕 이산가족'이 된 사연이다.

그래도 C씨는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애는 울고 몸은 피곤하지만 기분은 정말 좋습니다. 오랜만에 공무원으로서 국민들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얼리 버드(early-bird.일찍 일어나는 새)'형으로 사는게 생각보다 나쁜 거는 아닌 모양이예요."(C행정관)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