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새 대통령은 25일 취임식 직후 청와대에서 발빠른 4강외교를 벌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취임식 축하사절단으로 방한한 미국과 일본,중국,러시아의 주요 인사들과 잇따라 회담을 갖고 북핵,경제 협력 등 각종 현안에 대해 협의했다.

이 대통령은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와 외국 정상과의 첫 회담 테이프를 끊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셔틀외교 복원과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오는 7월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G8(서방선진 8개국) 정상회의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4월 중 이 대통령의 일본 방문,올해 하반기 후쿠다 총리의 방한 등에 대해서도 의견 접근을 이뤘다. 이 대통령은 "첫 손님이 도착하셔서 매우 의미가 있다. 직접 오셔서 아주 고맙다"며 "선거 이후에도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해 주고,축하 사절도 보내줘서 국민들을 대신해 대단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후쿠다 총리는 "첫 손님으로 맞아줘 감사하다"며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마음의 표출이라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을 접견했다. 중국 외교부장을 오래 지냈고 현재도 중국 외교를 총괄하는 탕 국무위원과의 회담에서는 북핵 문제를 비롯해 양국 경제협력 강화 방안이 주로 논의됐다.

탕 국무위원은 이 대통령에게 오는 8월 베이징 올림픽과 10월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탕 국무위원은 취임을 축하하는 후진타오 주석의 친서를 전한 뒤 "대통령께서 취임연설에서 실용과 발전,사람과 환경의 조화를 강조했다. 한국민에게 흡인력과 호소력이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또 '경영 미래'라는 이름으로 중국에서 발간된 이 대통령의 자서전을 선물했다.

이 대통령은 빅토르 주프코프 러시아 총리와도 만나 자원 외교를 포함한 양국 우호 증진 방안 등을 협의했다. 특히 러시아 정부가 추진 중인 동부 시베리아 개발계획에 한국의 자본과 기술,북한의 값싼 노동력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임기(5월) 안에 이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문제도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도 면담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좋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동안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고 이에 라이스 장관은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호응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미국 측이 조속한 한.미 FTA의 의회 인준을 위해 지도력을 발휘해줄 것"을 당부했고 라이스 장관은 "한.미 FTA는 방식과 일정이 합리적으로 만들어졌고 한.미 관계를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4강 외빈과의 접견에 이어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와도 만나 양국 우호증진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