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여론 확산에 총선부담 덜기 '고육책'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가 24일 자진 사퇴한 것은 비등하는 비판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자진 사퇴의 모양을 갖췄지만 사실상 경질을 통한 '총선 부담덜기'로 받아들여진다.장관 내정자 발표 이후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부정적 여론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4·9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청문회 지켜보겠다더니…

당초 이명박 대통령 측은 일단 국회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뒤 일부 내정자의 진퇴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한나라당마저 문제있는 내정자의 교체를 요구하자 자진 사퇴 쪽으로 급선회했다.여론이 예상보다 심각해지면서 위기감이 그만큼 컸던 것으로 보인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이날 청문회 전 교체를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강 대표는 "(장관 내정자에게) 문제가 있다면 청문회 전이라도 바꿔야 한다"면서 "투기나 불법이 있었다면 가려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정식 출범을 했더라면 인사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가동했을 텐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필요하다면 지금이라도 시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 측은 일단 이 내정자 한 명을 낙마시키는 것으로 현 국면에 대한 수습을 시도하고 나섰지만 인사청문회 여하에 따라 추가 낙마자가 나올 개연성도 다분하다.통합민주당은 남주홍 통일부 장관,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까지 교체 대상자 '후보' 명단에 올려놓고 총공세를 펴고 있다.

남 내정자는 강경보수 성향의 대북관과 자녀의 이중국적 문제,박 내정자는 절대농지 불법취득 논란에 휩싸여 있는 상태다.통합민주당 측은 "검증을 했다면 이런 인사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남·박 장관 내정자도 사퇴시키겠다며 파상공세에 나서고 있다.

27~28일 예정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새로운 문제점이 드러나냐 여부와 여론의 흐름이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 측 일각에선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내정자를 조기 사퇴시키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내정자는 "현재로선 추가 사퇴는 없다"며 더 이상의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구멍난 인사시스템

이 장관 내정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제기된 각종 부동산의혹에 대해 단호하게 부인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물러나고자 한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다가 '사퇴결심을 언제 했나.당선인과 사전 연락은 했나' 등의 거듭되는 질문에 "제 스스로 했다"고 짧게 말했다.

이 내정자의 자진 사퇴에도 불구,다른 장관 내정자들의 의혹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간의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인사 검증시스템에 구멍이 났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자체 검증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의혹이 터져나오면서 인선 기준이 지나치게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홍열/이준혁/노경목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