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서 테이블 없애고 관저에선 침대 빼고, 청와대 바꿔,바꿔….'

5년 만에 주인이 바뀌면서 청와대가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25일 이명박 새 대통령이 '당선인'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공식 취임하면서다.

주인이 바뀌면 당연히 집 구조도 바뀌는 법.'이명박 청와대'는 '노무현 청와대'에 비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 것일까.최고 권력이자 '1호 공무원'인 대통령이 낮엔 업무보고 밤엔 휴식하는 푸른 집,청와대는 지금 공사가 한창이다.


◆회의실 구조 '타원형으로'

지난 연초 이명박 새 대통령 측근 중 몇몇이 "대통령이 찾으면 비서관들이 5분 내로 집무실에 닿을 수 있도록 청와대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김백준 총무비서관은 "(인수인계를 위해 직접 가보니) 청와대 구조를 그렇게 쉽게 바꿀 수가 없더라.남는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결국 당분간 기존의 구조를 유지하되 본관 내부의 가구와 사무용 집기를 완전히 뜯어고치기로 결론을 내렸다.

가장 먼저 교체되는 것은 회의실 책상과 의자."고압적 분위기를 개선하라"는 당선인의 지시에 따라 각진 탁자는 참석자가 둘러앉을 수 있도록 타원형 탁자로 모두 바뀌었고, 그 한가운데 대통령 자리를 만들었다.의견 수렴 과정이 보다 용이하고 가급적 '브레인 스토밍'식 회의가 되게끔 했다는 것이 김 총무비서관의 설명이다.

의자도 고급 원목 틀에 두툼한 쿠션이 붙어 있는 '관청 의자' 대신 바퀴가 달린 평범한 사무용 의자로 교체됐다.더 많은 참모들이 둥글게 끼어앉아 회의를 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특히 이 대통령은 "회의실 한쪽에 '커피믹스' 같은 걸 비치해 참석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차나 음료수를 마실 수 있게 하라"며 세세한 부분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저는 일부 내부장식만 바꿔

이 대통령 내외가 일과시간외 생활할 전통한옥 건물인 관저는 구조변경 없이 도배를 하고 일부 내부장식만 바꾸는 선에서 정리됐다.김윤옥 여사의 취향에 따라 거실은 하얀색 벽지와 손자.손녀들의 사진으로 꾸며졌다.관저 가구는 일단 전임 대통령이 쓰던 것들이 계속 사용된다.

김 여사는 이 대통령과 자신의 수저를 직접 마련해 청와대로 들어갈 예정인데,식기에서 봉황 문양을 뺄지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한다.대통령 내외는 지나치게 화려한 것은 자제하기로 의견을 모았는데, 청와대 식기 모두를 교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말이 들린다.


◆옷.이발.밥상도 새롭게

이 대통령의 이발은 평소 단골로 이용하던 롯데호텔 헬스클럽 이발사 박종구씨가 맡기로 했다.박씨는 롯데호텔 이발사로 29년째 일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밥상은 당분간 노무현 대통령 내외의 식단을 담당한 특급호텔 출신 요리사가 책임질 전망이다.다만 이 대통령 자택에서 살림살이를 돕던 사람이 관저에 들어가 대통령 부부의 식사를 따로 챙긴다고 한다.

대통령 내외의 외양을 보조하는 코디네이터는 그동안 같은 역할을 해왔던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 소장과 유명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로 알려진 최희진씨가 계속 맡는다.대통령의 외형적 이미지나 스타일 관련 회의에는 김 여사도 직접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