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6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을 처음부터 관람하지는 않고 연주 중간 휴식시간에 '깜짝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들은 21일 "김 위원장이 26일 오후 6시부터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리는 뉴욕필의 공연을 귀빈석에 앉아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하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만약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뒤 북한을 방문한다면 김 위원장은 라이스 장관과 함께 공연 전체를 관람한다는 계획이었다"며 "그러나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19일 베이징 회동에서 합의점 마련에 실패함에 따라 라이스 장관의 방북 가능성은 물건너갔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따라서 이번 뉴욕필 공연은 당초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정치적으로는 사실상 김 빠진 행사가 됐다"면서 "김 위원장도 동평양대극장 관람석에 홀로 앉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나 과거 황제들도 연주회장에서 지휘자를 찾아가 인사를 건넸다"면서 "김 위원장도 연주 중간 휴식시간에 지휘자 로린 마젤과 단원들을 격려하는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이 만약 공연장에 깜짝 등장하지 않는다면 연주가 끝나고 오후 8시부터 인근 양각도호텔에서 열리는 뉴욕필 단원들을 위한 환영 만찬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당초 뉴욕필측과 평양공연 문제를 실무적으로 협의하는 과정에서 보안상의 이유를 내세우며 공연 장소로 모란봉극장을 추천했다.

김 위원장의 관람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뉴욕필은 현지 답사 과정에서 객석이 700석 규모에 불과한데다 150여명의 단원들이 연주를 하기에는 무대가 너무 비좁다면서 공연 장소를 동평양대극장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했다.

(베이징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