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대립으로 치닫던 정부조직법 개편 협상이 20일 극적으로 타결됐다.통합민주당이 해양수산부 폐지 반대 주장을 철회하고 한나라당은 여성가족부를 존치하는 쪽으로 한 발씩 물러선 결과다.일단 새정부가 '부분조각'으로 출범하는 파국은 면하게 됐다.

그러나 존치 부처가 늘어나면서 당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내걸었던 '작은 정부' 구상은 무색해졌다.그간 정치권의 지루한 공방으로 대통령 취임일(2월25일) 이전 장관 인사청문을 완료하는 것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새정부 출범 후 당분간 '새 대통령-구 내각체제'에 예비내각이 끼어있는 '신구(新舊) 동거' 형태로 국정이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작은 정부'구상 퇴색

이 당선인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작은 정부'의 당위성을 역설해왔다. 원안인 '13개 부처'안이 국가경쟁력강화,국가생존 차원에서 내려진 결단이라는 게 설득논리였다. 양측이 이날 '13부2처'인 개정안에서 해수부를 폐지하는 대신 통일부와 여성부를 존속시킨 '15부2처'안에 합의한 것은 작은정부와는 거리가 있다.

통일부는 그대로 두고 여성가족부는 여성부로 이름을 바꿔 존치하게 했다. 다만 보육기능은 보건복지부로 이관했다. 이로 인해 보건복지여성부는 보건복지가족부로 이름이 또 한차례 더 바뀌게 됐다. 지난 18일 발표한 특임장관 2명이 통일부와 여성부 장관으로 자동 임명되는 수순이다.

게다가 4월 총선 이후 특임장관 1명을 더 임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각 부처 장관을 포함한 국무위원이 총 16명으로 늘어나게 됐다.이는 이 당선인이 공약했던 '작은 정부'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적지 않다.




◆최소 5~6일간 동거정부 불가피

양당이 이날 협상에 성공하고, 개정안이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22일 노무현 대통령이 긴급 국무회의를 열어 법개정안 공포를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이어 이명박 정부 출범(25일), 한승수 총리후보자 인준안 국회처리(26일),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27~28일) 등의 일정이 잡혀있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취임 직후 인사청문회를 시작할 경우 양당 합의로 일정을 최대한 단축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정상적으로 청문회가 진행될 경우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가 채택되고 이르면 이날 또는 다음 날 대통령이 각 부처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

최재성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7~28일 이틀 동안 인사청문을 실시할 예정"이라면서 "각료 후보자 가운데 일부가 과거 전력이나 재산 형성 등에서 석연치 않은 하자가 발견된 측면이 있어 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최 대변인은 "김도연 후보자는 교육과학부 수장으로서의 자질 문제에 대해 혹독한 검증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고, 같은 당 송영길 의원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후보자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환란을 초래한 데 대한 책임을 집중 추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청문 공방이 가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청문회 기한을 최단시일로 당기더라도 취임 직후 이명박 대통령과 '전임 장관'의 어색한 동거가 최소 5~6일 정도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