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두달여만에 만나고 대북 에너지설비 지원을 협의할 회의가 열리는 등 한동안 잠잠했던 북핵 외교가에 활기가 돌고 있다.

북.미 6자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19일 중국 베이징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전격 회동, 6자회담 진전을 막고 있는 핵프로그램 신고 등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회동은 작년 12월 3∼5일 힐 차관보가 방북해 만난 이후 두달 보름만으로, 올해 들어서는 처음이다.

북한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추진여부 및 시리아와의 핵협력설에 대해 미국과 팽팽히 맞서면서 작년 연말까지였던 핵프로그램 신고 시한을 넘긴 상태다.

물론 제2차 북핵위기의 발단이 된 UEP의 존재 문제와 미국 내 강경파들이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는 시리아와의 핵협력설 모두 쉽게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사안은 아니어서 이번 만남에서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지부진하던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결과를 두고봐야겠지만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의 방북 등 북.미가 그동안 활발하게 신고에 대해 의견을 교환해온 만큼 이번 수석대표 회동을 통해 북핵 외교가가 다시 활기를 찾고 바쁘게 움직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설사 핵신고에 있어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북.미 간 사실상 최고위급 상시 채널이 다시 가동된다는 것만으로도 6자회담 진전을 위한 북.미 양측의 의지를 재확인하고 모멘텀을 이어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때맞춰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및 핵프로그램 신고 이행의 대가로 한.미.중.러 4개국이 제공하기로 한 중유 45만t과 중유 50만t 상당의 에너지 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중 3자협의도 21∼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작년 11월(중국 선양)과 12월(평양)에 이은 3차 협의로, 한국과 중국이 1차로 맡기로 한 중유 50만t 상당의 설비.자재 지원문제가 주로 협의된다.

지금까지 중유는 20만t이 지원됐으며 설비.자재지원은 한국만 작년 12월 철강재 5천17t을 지원했을 뿐이다.

한국은 오는 22일부터 2차로 철강류 5개 품목 2천830t(22억원 상당)을 북송할 계획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측이 11개의 불능화조치 중 8개를 마무리한 것과 비교하면 경제.에너지 지원의 속도가 늦은 것이 사실"이라며 "북측에 관련물품 조달 등에 시간이 필요해 다소 늦어지고 있음을 다시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이 북측의 불능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불만을 갖는 상황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대북 상응조치를 취해 핵신고를 앞당기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