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출신으로 참여정부의 초대 문화관광부 장관을 맡은 이창동 감독은 2003년 2월 취임 첫날 캐주얼풍의 옷을 입고 산타페 승용차를 몰고 출근했다.

현장 예술인 출신으로는 처음 장관직을 맡은 그의 행보는 당시로서는 당연히 파격이었다.

이어 2004년 취임한 정동채 장관을 거쳐 연극과 영화계에서 배우로 활동해온 김명곤 씨가 현장 예술인으로는 두번째로 문화관광부 장관직을 맡아 2006년 3월부터 1년여간 문화정책을 이끌었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각료중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 내정자는 이들에 이어 세번째로 현장 예술인 출신의 장관이 된다.

그것도 '전원일기' 등 가장 대중적인 영역인 TV 드라마에 오랫동안 출연해온 탤런트 출신 1호 문화 장관인 만큼 그의 장관직 수행을 둘러싼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일단 전임자들의 경우 곱지않은 일부 시각에도 불구하고 현장 감각 등의 측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창동 전 장관의 경우 참여정부의 언론정책 수행과정에서 언론과의 껄끄러운 긴장관계 등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됐지만 열린 의식으로 '창의한국-21세기 새로운 문화의 비전' 등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문화정책의 큰 기조를 닦는데 기여했다.

김명곤 전 장관도 대 국회 업무나 정치력 발휘 등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었다는 얘기도 있지만 현장 예술인들과의 소통력은 뛰어났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문화부의 한 직원은 "행정가, 정치인, 예술인 등 출신별로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며 "행정 경험이 없으면 조직 장악력 부족 등의 우려가 제기될 수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장점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 내정자의 경우 서울문화재단 대표를 맡아 조직의 리더로서도 역량을 발휘한 경험을 갖고 있는 것이 장관직 수행에 도움이 될 것이란게 중평이다.

서울문화재단의 한 관계자는 "당시 연예인 출신이어서 조직은 잘 모를 줄 알았는데 조직 관리 능력이 뛰어나 놀랐다"며 "수수한 매력으로 말단 직원들에게까지 다가가 얘기를 들어줘 상하간 의사 소통이 잘 됐고 현재도 평가가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유 내정자가 서울문화재단을 이끌 때는 참여정부 들어 문화계의 권력이 이미 '우에서 좌'로 상당 부분 이동한 시점이었지만 특정한 파벌이나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포용력을 발휘해 재단의 업무를 이끌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유 내정자도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열려 있는 마음으로 누구의 얘기든 귀 기울일 것"이라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보다 그동안 해온 것들을 꼼꼼히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부 직원들도 새로운 수장에 대한 이런 평가에 귀 기울이면서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문화부의 한 팀장은 "조직에 대한 이해도 갖추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의 의사소통도 원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탤런트 출신이라는데 대한 거부감은 없다"고 말했다.

이창동 전 장관을 시작으로 이어져온 현장 예술인 출신 장관이라는 실험무대가 '배우 유인촌'을 맞아 빅히트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이유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