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갈등의 대척점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버티고 있다.실무선에서 어느 정도 의견접근을 이루면서 뭔가 될듯 말듯 하다가도,결정권을 가진 이들이'노(NO)'하면서 협상은 말짱 '도루묵'되기 일쑤다.이들의 이런 강경 태도의 배경은 무엇일까.

이 당선인은 기본적으로 '원칙의 문제'로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측근들은 입을 모은다.'작은 정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라는 것이다.지난 12일 손 대표와 전화 통화에서 "대화가 잘 안 되면 원안대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은데서 이같은 기류를 읽을 수 있다.

한 측근은 15일 "공무원이 많고,조직이 비대하면 일을 방만하게 벌리고,효율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며,규제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는게 이 당선인의 기본 인식"이라고 강조했다.안상수 원내대표도 "효율적인 정부를 만드는 데 부처가 늘면 안 된다는 게 당선인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또 다른 측근은 "'작은 정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압도적인 지지로 심판을 받았는데 임기 시작도 하기 전에 '발목'을 거는데 대해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표면적인 이유로 명분을 강조하고 있다.해수부 폐지는 21세기 해양강국의 뜻을 접고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미래를 버리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여성부 폐지의 경우 잘 되는 부서는 살리고,안 되는 부서는 죽이겠다는 영리 중심,효율 만능 사고여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손 대표의 생각이다.농진청 폐지 역시 농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경제만능식 농업 포기 정책이어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른 해석들도 있다.한나라당에서 이적해 와 '뿌리'가 약한 만큼,강공으로 당내 기반 다지기를 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4월 총선에서 농어민과 여성들의 '표심'를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지난해 이명박 당선인이 손 대표의 한나라당 탈당 직전 "안에 있어도 시베리아지만 나가도 추울 것"이라고 심기를 건드리면서 쌓인 앙금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영식/강동균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