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BBK 의혹'의 파고를 넘어 17대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BBK 특검이라는 관문은 아직까지 남아있다.

이 당선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려준 검찰 수사 결과에 반발해 대통합민주신당 등이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을 통과시킨 상태여서 정권을 인수하는 작업이 진행되는 기간 내내 특검 수사가 함께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사상 초유의 특검 수사가 진행될 경우 소환이나 기소ㆍ재판이 가능할지, 취임 이전에 기소ㆍ재판 등을 통해 당선자 신분에 영향을 주는 결과가 나올지도 관심거리다.

◇ 수사ㆍ재판과 동시 진행되는 희한한 특검 수사 = 이 후보와 연관된 수사 대상은 네 가지이다.

▲BBK 주가조작 의혹 등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 ▲공금 횡령ㆍ배임 등 재산범죄 사건 ▲도곡동 땅 및 다스의 지분 주식과 관련된 공직자윤리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서울시장 재직시절인 2002년 상암동 DMC 특혜 의혹 등이다.

검찰이 형량 협상을 회유했다거나 이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도록 협박했다고 주장했던 김경준씨가 이와 관련해 최근 담당 검사에게 사과를 했다고는 하지만 검찰의 피의자 회유ㆍ협박 등 편파수사 및 왜곡발표 의혹 등 직무범죄 사건도 수사 대상이다.

특검법의 공포 시한은 내년 1월1일이고 특별검사 임명 시한은 1월11일이다.

준비 기간이 7일이고 수사 기간은 본수사 30일에 1차 연장 10일 등 총 40일이다.

결국 내년 1월18일까지 준비를 마치고 수사에 착수해 2월17일까지 1차 수사를 종료해야 하며 수사를 열흘 연장해도 2월27일까지는 끝난다.

그러나 특검 수사에는 보안 유지가 필수적이지만 법원의 재판과 검찰의 보강 수사가 뒤죽박죽으로 진행되는 것은 큰 문제다.

김씨가 기소돼 있고 재판 일정이 잡혀 있는 만큼 법정에 검찰이 확보한 증거가 제출돼 낱낱이 공개되는 것은 물론 검찰도 공소 유지를 하는 동시에 김씨의 추가 주가조작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및 이면계약서 위조 혐의(공정증서 원본 부실기재) 등에 대한 보강 조사를 통해 미국측 동의를 얻어 추가기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특검 수사가 시작돼 김씨와 이 후보, 또 수사 검사 등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진행되는 것이다.

◇ 특검 수사 어려움 많을듯 = 물론 일정대로 특검 수사가 이뤄진다면 대통령 취임(2월25일) 전에 결과 발표는 가능하다.

그러나 우선 `살아있는 권력'인 대통령 당선자를 소환조사하거나 김씨와 대질조사까지 해야 할 수도 있는 특별검사를 누가 선뜻 맡겠느냐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특검이 임명돼 수사를 시작한다면 삼성 비자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기초 수사'에 그친 반면 BBK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일단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신속히 핵심 의혹들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BBK 및 ㈜다스의 실소유주 문제나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 등을 둘러싼 참고인 조사나 계좌추적 등은 대부분 이뤄져 있는 만큼 중요 의혹들만 재수사하는 데는 시간이 덜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갑자기 임명된 특별검사팀이 사전 준비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출발해 한달 안에 결론을 내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검찰이 이 후보와 투자자문사 BBK의 관련성을 시사하는 명함과 홍보 브로슈어, 언론 인터뷰 등에 대해 사실 확인을 마치고 주가조작 개입 및 차명재산 소유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상태여서 추가로 핵심 단서를 찾으려면 수사를 새로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번 특검법안이 통과되도록 한 가장 유력한 의혹의 단서는 이 후보가 대학 강연에서 "BBK는 내가 설립했다"고 말한 동영상이다.

이 동영상 내용을 입증하려면 검찰이 `BBK가 김경준 1인 회사'라고 결론내리는데 동원했던 자금추적 내역이나 주식소유 관련 자료 등과는 전혀 다른 증거가 필요하다.

아울러 대통령 당선자를 특검에 출석시키거나 김씨와 대질조사할 수 있겠느냐는 점도 수사 걸림돌이나 난관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만약 특검 수사로 이 당선자의 유력한 혐의가 드러난다 해도 취임한 뒤 그런 결론에 도달한다면 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다는 현행 법의 벽에 부딪치게 된다.

◇ 당선자 소환조사 가능한가 = `BBK 특검'에 따라 특별검사가 임명되면 초유의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특검 수사가 진행된다.

검찰은 BBK 수사 당시 이 후보를 소환한 적이 없지만, 이 후보에 대한 직접조사를 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을 낳은 것이 특검 도입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환조사 문제는 어떻게는 풀어내야할 숙제다.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조사는 법률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법조계의 중론은 당선자라도 혐의가 드러날 경우 원칙적으로는 소환 및 기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인 당선자를 소환 또는 기소하려면 충분한 수사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헌법상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이 당선자를 기소하려면 대통령 취임 이전인 내년 2월24일 자정 이전에 해야 한다.

내년 2월25일 취임 이후 조사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리지만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기소ㆍ재판 미지수…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되면 영향 = 만약 당선자 상태에서 혐의가 드러날 경우 신분에 영향을 미칠지, 당선자 때 기소되면 취임 이전에 재판 결과가 나올지, 취임 이전에 기소된다면 취임 후 재판을 받아야 하는지 등이 초미의 관심사다.

`당선 무효'가 될 경우 당선자나 대통령의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당선 무효가 되려면 먼저 법원 판결로 형이 확정돼야 한다.

국가공무원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확정되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

만약 취임 이후 형사재판이 계속된다고 가정할 때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될 경우 물러나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의 입법 취지를 `공소 유지도 안 된다'고 해석할 경우 재임 중에는 재판이 중지될 가능성이 있다.

법원이 재판권이 없다고 판단해 공소기각 판결할 수도 있다.

공직선거법상으로는 임기 개시 이전에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당선의 효력이 상실되며, 임기 개시 이후에는 선거범죄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을 경우 당선 무효가 된다.

만약 특검 수사를 통해 도곡동 땅이나 BBK의 실소유주라고 밝혀진다면 선거운동 과정에서 재산에 관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가 문제가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기소되고 재판이 계속 진행된다고 가정할 경우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는다면 당선무효가 될 수 있다.

대통령 재임 중 재판 진행이 가능한지를 놓고 헌법 해석 문제가 불거질 경우 헌법소원 등을 통해 헌법재판소에서 결론이 날 가능성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임주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