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0%에 달하는 여ㆍ야지지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19대에 이어 20대 임기를 시작한 전윤철 감사원장.수산청장(김영삼 정부)부터 공정거래위원장(김대중 정부),기획예산처 장관,대통령 비서실장,경제부총리를 거쳐 감사원장 연임(노무현 정부ㆍ차기 정부)에 이르기까지 관운을 타고 났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보통 5년 걸리던 서기관 승진을 8년9개월이 지나서야 했고,옛 경제기획원 기획관리실장 시절에는 조달청장으로 내정됐다는 통보를 받고 취임사까지 준비했는데 번복됐습니다.

공직을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으나 제게 공직은 어쩔 수 없는 천직이더군요."

서울 삼청동에 있는 감사원장실에서 전 원장을 만나 향후 감사계획 등을 들어봤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임명장을 주면서 당부한 말씀은.

"전환기이니 정책이 일관성 있게 이행될 수 있도록 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시스템 감사에 집중할 것입니다."

―늘 강조하시는 시스템 감사는 어떤 개념인가요.

"감사원이 변하면 공직사회가 변하고,공직사회가 변하면 우리 사회가 변한다는 취지에서 19대 원장으로 취임할 때 도입한 새로운 패러다임 감사 방식이지요.

문제를 적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략적,집중적으로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원인 규명 중심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감사 효과가 부분적,단기적이 아니라 예방적이고 근원적입니다.

베트남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을 포함한 7개국에 시스템 감사의 성공사례와 경험을 '수출'하는 양해각서도 맺었어요."

―시스템 감사의 성공사례를 든다면.

"중소기업 간 경쟁을 높이도록 단체수의계약 제도를 없애버린 게 좋은 예지요.

이 제도는 일부 중소기업에는 당근이지만 경쟁이 없는 제도였습니다.

공정거래위원장 때부터 중소기업을 죽이는 제도라고 보고서를 올렸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중소기업 육성론을 담은) 내 대중경제론을 읽어봤느냐'고 하실 정도였고,중소기업들의 반발은 극심했습니다.

선거 표를 의식해 추진한 대구지역 밀라노 프로젝트는 사업 타당성이나 재원 조달 방안이 부실해 사업 방향을 재검토하라고 했지요."

―지난 10월 감사원 평가연구원 국제세미나에서 정부 기능의 축소를 강조하셨습니다.


"정부 조직이 너무 기능별로 나뉘어 있어 부처 이기주의에 빠지는 경향이 없지 않아요.

업무가 겹치기도 하고,갈등 요인도 생기고요.

이 문제를 질서 있게 해결하기 위해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던 것입니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업무도 중복돼 문제가 많아요."

―과잉 복지정책에 따른 미래의 국가재정 부실도 우려했는데요.

"인구 증가,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떨어졌습니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세수 확보에 문제가 발생하나 지출 요인은 늘어났어요.

시장경제에서 불가피하게 초래되는 양극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복지 지출이 필요하지만 과잉 쪽으로 몰고 가선 곤란하다는 얘기였지요.

잠재성장률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가 채무는 1997년 60조원(GDP의 12.3%)에서 작년 283조원(GDP의 33.4%)으로 급증했습니다."

―감사원이 두 부문을 들여다보겠다는 뜻인가요.

"중장기적인 국가재정 전망을 기초로 재정 건전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도록 감사를 실시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공무원 숫자를 계속 늘렸고,공기업은 성과급 과다 지급 등 방만 경영으로 지탄받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공무원 인력을 줄이는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봐요.

방만 경영을 한 공기업은 경영진에 개별 책임을 묻고,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도록 직무를 게을리한 공기업 비상임 이사,감사에게는 기획예산처가 손해배상,해임요구권을 행사토록 할 것입니다."

―김용철 전 삼성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 비자금 의혹으로 인해 세상이 떠들썩합니다.

공직자도 무관할 수 없다고 보는데요.


"민간 기업은 감사 대상이 아닙니다.

검찰에서 손을 대고 있으니 좋은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봅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는데 감사원의 역할은.

"2004년 감사원에 기업불편신고센터를 신설했습니다.

'왜 인ㆍ허가를 해주지 않았나' 등에 감사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동안 총 4768건의 불편사항을 접수해 1137건을 감사원이 직접 조사,53%인 603건을 해결하는 성과를 올렸어요.

'행복한 마음으로 기업을 하게 돼 감사하다','적극적인 민원 처리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회사를 구했다'는 등의 감사편지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기업 규제와 관련한 감사를 할 계획은 없나요.

"지난번 경제규제개혁 추진 실태를 감사해 많은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제는 노동유발계수와 고용탄성치가 떨어지고 있는 굴뚝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옮겨 타야 한다고 봅니다.

관광,의료,교육을 포함한 서비스 부문을 서자 취급 말고 산업화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이런 서비스 부문을 영리법인화해 기업들이 적극 투자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해요.

서비스산업 관련 규제를 감사할 계획입니다."

―교육부와 교육정책은 어떻습니까.

정치논리에 따라 정책이 왔다갔다 하니 중ㆍ고등학생들만 골병이 들고 있습니다.

"교육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자,소프트웨어입니다.

외고 교사 자격증이 일반 교사 자격증과 똑 같아요.

신흥시장인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가 중요한데 아직도 독일어 교사는 많아요.

공급자 중심의 교육입니다.

국제경쟁력이 생길 턱이 없는 것입니다.

혁신이 필요합니다.

교육 부문에 대한 감사에도 신경쓸 것입니다."

―교육 혁신이란 무엇을 의미합니까.

"국립대 법인화 조치에 의해 법인화한 일본 도쿄대를 한번 보세요.

2004년인가 자존심을 버리고 미국 경영컨설팅 업체인 매킨지의 권고를 받고서 여러 가지를 개선했습니다.

그 결과 작년 도요타자동차 등을 포함한 경영평가에서 도쿄대가 최고 등급인 트리플A를 받았어요.

우리는 왜 안 됩니까.

서울대 법인화는 반대에 부딪쳐 못하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감사원이 산하 평가연구원을 통해 국립대학 운영을 평가할 작정입니다."

―다른 공공부문 평가도 하는 건가요.

"공기업 산하단체,기초자치단체에 대한 평가를 철저하게 해서 발표하려 합니다.

기획예산처가 실시하는 공기업 평가는 교수들을 포함한 20여명의 외부 전문가를 불러 모아서 해요.

교수들은 공기업에서 연구용역을 받는 경우도 있고 해서 객관성 있는 평가에 어려움이 있다고 봅니다.

일본은 1990년 말 3220여개이던 기초자치단체(시ㆍ정ㆍ촌)가 현재 1820개 정도로 줄어들었지요.

우리도 지자체를 경쟁시켜 파산하면 지자체 간 인수ㆍ합병(M&A)으로 통폐합해야 합니다.

"정리=김홍열 기자/사진=김영우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