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면 총영사 "동포2세 정체성.역사의식 고양 목적"

독립협회 창설과 3.1운동 소개 등 미국에서 활발한 독립운동을 벌여 '미주 한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송재(松齋) 서재필 선생의 동상이 늦어도 내년 2월 미국 수도 워싱턴의 총영사관 입구에 건립된다.

주미대사관은 동상 건립에 필요한 10만달러의 예산 가운데 상당액을 이미 확보했고 나머지 재원에 대해서는 한인 동포사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희망하고 있다.

권태면 총영사는 2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국의 동상 제작팀이 전남 보성 서 박사의 생가에 세워진 동상을 복제하는 작업에 들어갔다"면서 "이르면 내년 1월, 늦어도 2월 중에는 서 박사 동상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 총영사는 특히 "이번 동상 건립은 미주 한인들, 특히 동포 2세들의 정체성 확립과 역사의식을 고양시키는데 목적이 있다"면서 "세월이 흐르면서 동포 2세들은 물론 1세까지도 서 박사의 업적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권 총영사는 아울러 "동상은 실물 크기보다 조금 큰 2m 규모의 전신상이 될 것이며 동상이 들어설 영사관 입구 잔디밭 부지에 대해서는 이미 워싱턴 DC 당국과 협의를 마친 상태"라며 "동상 건립이 구체화되는 대로 한인 동포들은 물론 서 박사를 잘 아는 미국내 역사학자와 관계자들을 초청,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승현 영사는 "조각가인 조선대 이재길 교수가 동상제작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동상제작은 한국에서, 받침대는 미국에서 각각 제작하게 된다"면서 "날씨만 허락해 준다면 약간의 조경사업을 끝낸 뒤 늦어도 내년 2월에는 건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총영사관은 서 박사 동상 건립과 함께 서 박사의 독립운동 및 활동을 소개하는 홍보책자 보급운동을 병행할 방침이다.

앞서 대사관측은 금년 초 총영사관 앞에 한국을 알릴수 있는 상징적인 인물로 동상을 건립할 계획을 피력하면서 서 박사 동상 건립을 추진했으나 동포사회 일각에서 워싱턴을 대표하는 인물로 초대 대통령을 지낸 이승만 박사가 적합하다며 반대 의사를 적극 표명해 건립 추진 일정에 다소간의 차질을 빚기도 했다.

본관이 대구(大邱)이고 전남 보성(寶城) 출생인 서 박사는 7세 때 서울에 올라와 외숙인 판서 김성근 밑에서 한학을 배웠고, 18세때인 1879년(고종 16년) 최연소로 전강(殿講,과거)에 장원급제했다.

이 무렵부터 김옥균, 서광범 등 개화인사들과 교유, 1883년 일본의 도쿄 육군유년학교에 입학해 이듬해 졸업, 귀국한 뒤 국왕에게 사관학교의 설립을 진언, 조련국(操鍊局) 사관장이 됐다.

1884년 12월 김옥균, 홍영식 등과 갑신정변을 일으켜 18세의 젊은 나이로 병조참판이 됐으나 정변의 실패로 일본을 거쳐 1885년 미국으로 망명, 1889년 조지워싱턴대학에 입학했다.

한인 최초의 시민권 취득자, 최초의 의학박사인 서 박사는 졸업 후 명성왕후 일파가 몰락하자 귀국해 독립신문을 발간하고 이상재, 이승만 등과 독립협회를 결성했고, 1897년 영은문(迎恩門)을 헐고 그 자리에 독립문을 세웠으나 수구파 정부와 일부 외국인의 책동으로 다시 미국으로 추방됐다.

그 후에도 활발한 독립운동을 벌이다 지난 1951년 87세를 일기로 타계했고 미국에 있던 그의 유해는 전명운 의사의 유해와 함께 1994년 4월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