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로 있다가 차관급 공직까지 올랐으니까 나라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라'고 형(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항상 강조해요."

지난 1월 국무조정실에서 과학기술부로 자리를 옮긴 박종구 과학기술혁신본부장(49·차관급)은 16일 혁신본부 출범 3주년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과기혁신본부는 2004년 각 부처들이 알아서 기획 집행하던 연구개발 예산을 총괄 조정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막내 동생인 박 본부장은 충암고와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로 있다가 1998년 정부 개방직 공모를 통해 기획예산위원회 공공관리단장(국장급)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개방형 공직의 성공 신화'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기획예산위원회와 국무조정실 과학기술부를 거치는 동안 각 부처 간 조정 역할을 맡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그는 "공직에 어떤 매력을 느끼느냐"고 묻자 사학도 출신답게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인용했다.

'타관가구 목민지관 불가구야(他官可求 牧民之官 不可求也:다른 직업은 원하면 구할 수 있으나 공직은 바라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 구절을 가장 좋아한다는 것. 그러면서도 "앞으로도 자리의 높고 낮음을 떠나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공직에서 계속 봉사했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공무원으로 변신해 10년간 일해 보니 관료는 모름지기 열린 사고와 넓게 보는 시야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과학기술 관료는 더욱 그래야 하고 과기혁신본부는 이런 사고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혁신을 이룰 것입니다."

"본부장을 맡은 후 9개월간 국책 연구기관의 예산 담당자를 비롯해 대학의 연구처장,각 부처 R&D(연구개발) 담당자,기업 연구소 임원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들의 한결같은 주문은 현장 과기 인력들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정책을 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특히 교수들로부터 창의적 연구에 필요한 '씨앗'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국책 과제보다 개인·소규모 연구 사업에 국가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봐요.

내년에는 이 분야 연구비를 올해보다 926억원 늘린 3804억원으로 잡았습니다.

2010년까지는 전체 이공계 교수의 3분의 1이 이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