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국방장관 회담.군비통제기구 문제에 `주목'

남북이 오는 28∼30일 평양에서 제2차 정상회담을 열기로 전격 합의함에 따라 향후 남북 간 군사분야에도 해빙무드가 펼쳐질 지 주목된다.

2000년 6월15일 열린 제1차 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 교류 및 경제협력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지만 군사분야는 긴장이 계속돼 냉전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남북은 6.15 정상회담 직후인 2000년 9월 제주도에서 제1차 국방장관회담을 전격 개최했지만 이후 북측의 미온적인 태도로 다시 열리지는 못했다.

남북은 또 2004년 5월 제1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을 개최한 이래 지난달까지 모두 6차례의 장성급회담을 개최했지만 북측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경계선 재설정 주장으로 군사분야 협력은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남북 간 군사분야에 진전이 이뤄지려면 보다 획기적인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런 측면에서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 간 군사분야에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6.25 전쟁 종전 및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해 최소한 상징적 수준의 언급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종전 및 평화체제와 관련한 언급과 함께 하부 의제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예상된다.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과 관련, 우선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합의한 ▲해상불가침경계선 ▲무력불사용 ▲분쟁의 평화적 해결 및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 ▲군사직통전화 설치.운영 ▲대규모 부대이동.군사연습 통보 및 통제 ▲군 인사교류 및 정보교환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대량살상무기와 공격능력 제거를 비롯한 단계적 군축 실현.검증 등 8개 항의 군사적 신뢰조치가 주목을 받고 있다.

남북은 기본합의서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실질적인 이행방안을 마련하는 데는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들 8개 항의 군사적 신뢰조치 이행을 위한 제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 개최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남북 정상 간 합의를 통해 국방장관 회담이 개최되면 군사적 긴장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들 8개 항의 신뢰조치 가운데 북측은 그동안 줄곧 주장해온 서해 NLL 재설정 문제를 정상회담에서 다시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또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 및 군축 방안을 논의할 남북 군사당국 간 상설협의체 구성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기본합의서 상에 언급된 남북군사공동위원회가 하나의 준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 국방장관 회담 등을 통해 군사적 긴장완화에 공감대가 형성될 경우, 남북이 장성급회담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서해 공동어로 실현, 북한 민간 선박의 해주항 직항 문제, 경의선.동해선 통행ㆍ임진강 수해방지ㆍ한강하구 골재채취 등 경제협력사업의 군사보장 문제 등도 쉽게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당국자는 "남북 정상회담이 군사분야 협력에도 물꼬를 틀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문제는 북측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려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백승주 박사는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군사분야는 특히 진전이 더뎠는데 2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모멘텀을 얻을 수 있게 됐다"며 "남북 국방장관 회담 개최문제나 파격적인 군비통제기구 설치 등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방부 당국자들은 이날 남북 정상회담 개최 사실이 갑작스럽게 알려지자 대체로 놀라움 속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군사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