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자 육성이 26일 미국 CBS방송을 통해 전격 공개됐다.

인질들 중 한 명의 육성녹음이 공개될 것이라는 탈레반 무장세력의 발표가 미국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보도된 직후다.

탈레반 지휘관의 중재로 이루어진 전화통화에서 임현주씨는 현재의 열악한 상황을 전하며 도움을 호소했다.

자신을 '현주'로 소개한 육성녹음의 주인공은 가이드인 임현주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임씨는 간호사 출신으로 아프간에서 3년간 의료봉사활동을 해 현지어에 비교적 능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3분간의 통화에서 임씨는 아프간 현지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녀는 현지어로 "우리는 지금 매우 힘든 시기에 놓여 있다.

제발 우리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또 "우리 모두는 매우 아프고 건강이 아주 좋지 않다.

우리는 처참한 상황에 빠져 있으며 하루 하루를 매우 힘들게 보내고 있다"고 열악한 상황을 전했다.

임씨는 이어 "여성 17명과 같이 있으며 남성들은 따로 억류돼 있다"며 "남녀가 격리돼 배형규 목사가 살해됐다는 것을 몰랐다"고 밝혔다.

그녀는 통화 말미에 한국어로 "한 사람도 다치지 않고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통화 중간중간 임씨가 무장세력 관계자로 보이는 남성과 현지어로 짧게 대화를 나눠 현지의 긴박한 상황을 짐작케 했다.

임씨는 아프간 현지통신사인 '파즈후아크'를 통해서도 "지금 건강이 아주 좋지 않다.

그런데 탈레반이 약을 주지 않는다"고 어려운 상황을 호소했다

탈레반의 갑작스런 피랍자 육성공개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미국 정보당국의 한 소식통은 이날 "탈레반 무장세력이 고도의 심리전을 전개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협상전략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질들을 순차적으로 내세워 언론에 노출시키면서 포로 교환과 몸값 요구 등 실리와 명분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인질들의 육성을 통해 피랍자들의 안전을 확인케 함으로써 한국에서 파견된 특사 등으로 하여금 보다 적극적인 협상에 임하게 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탈레반은 미국 등 다국적군의 기습 공격에 대비하려는 의도도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