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측 외교부에 '시신보존' 요청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단체에 의해 피살된 분당 샘물교회 배형규(42) 목사의 시신이 의료연구용으로 병원에 기증된다.

배 목사의 가족은 아프간에서 숨진 배 목사의 시신 기증을 위해 "시신을 잘 처리해 한국으로 운송해 달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외교통상부 재외국민보호국에 제출했다고 26일 밝혔다.

배 목사의 형(45)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족들과 의논해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동생의 시신을 의료연구용으로 기증하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시신의 훼손을 최소한 줄이고 부패 방지를 위한 화학처리 등을 삼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배 목사는 평소 "살아서만 남에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죽어서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자주 말해왔으며 수 년 전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가족의 동의를 얻어 '장기기증신청서'를 작성했다고 주변에서는 전했다.

배 목사의 시신은 국내에 운반되는 대로 경기도 안양 샘병원에 기증될 예정이다.

형 배씨는 "설마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 가족들 모두 참담하고 심정을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태"라며 "그러나 늦기 전에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시신 기증 절차를 서둘러 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신에 총상이 있다는 보도가 나와 장기 기증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며 "나머지 가족들은 피해없이 잘 살아 돌아오길 우리 가족들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배 목사의 부인과 딸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아직 조카(배 목사의 딸)는 아빠의 죽음도 모르고 있고 제수씨(배 목사 부인)도 가까운 사람들의 위로를 받으며 조용한 곳에서 슬픔을 이기고 있다"며 "아직 심경을 밝힐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배 목사의 부인도 얼마 전 백혈병환자에게 골수이식을 했고 기증자 신분을 알려달라는 그 환자의 요청에 끝내 신분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배 목사 부부의 세상사랑이 또 한번 감동을 던지고 있다.

가족 측에 따르면 배 목사는 피랍 당일인 지난 19일 오후 2-3시께 아프간 카불에서 칸다하르로 출발하기에 앞서 부인 김모(36)씨에게 전화를 걸어 "잘 있으니 아무 걱정 말라"며 안부를 전한 것이 가족과의 마지막 통화였다.

또 배 목사와 15년째 우의를 나눈 한 교인은 "배 목사는 평소 남을 위해 사는 사람 같았다"며 "부부가 함께 손수 십자수를 떠 청년회 회원 수 백명에게 선물할 정도로 정말 존경스러운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 목사의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공부해서 남 주자'를 주제로 한 내용'"이라며 "그런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분이었기에 많은 존경을 받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성남연합뉴스) 심언철 기자 press108@yna.co.kr